창립자 겸 집행위원장 슈밥 의혹 인사로 지목
WEF “중대한 부정확성과 근거 없는 추측 기사”
전 세계 정치·경제계 최고위 인사들 모임인 ‘다보스포럼’을 주최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것과 달리 조직 내부는 성희롱, 성별ㆍ인종ㆍ나이ㆍ차별이 만연해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9일(현시지간) 보도했다.
WSJ의 보도는 WEF의 전ㆍ현직 직원 80명 이상을 인터뷰한 것을 기반으로 했다. 또 피해 의혹을 제기한 일부는 WEF 전직 직원 수 백 명이 참여한 ‘왓츠앱’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들의 트라우마를 공유하며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특히 포럼 창립자이자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클라우스 슈밥(86) 회장에 대한 의혹이 쏟아졌다. 슈밥 회장은 5월 21일에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연내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단 비상임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WSJ은 그의 사임 발표는 발행인과 편집국장에게 편지를 통해 관련 보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이후에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WSJ에 따르면 슈밥 회장은 몇 년 전 조직을 젊게 쇄신해야 한다고 결정하고 50세가 넘은 직원 그룹을 골라내 인사부장에게 그들을 모두 내보내라고 지시했다. 당시 세계은행 임원 출신인 당시 인사부서장 파올로 갈로는 해고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거절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슈밥은 갈로를 해고했다.
또 슈밥은 2017년 젊은 여성을 영입해 스타트업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이끌게 했는데, 여성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에 슈밥은 여성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일을 할 수 없으리라고 보고 화를 내며 내쫓았다.
성희롱 의혹까지 제기됐다. 슈밥의 접수원, 개인비서, 유럽 직원은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암시적 발언을 들어야 했다고 고백했다. 접수원으로 일하던 여성에게 사적인 저녁 식사와 여행을 요청했고, 한 번 이상 명시적으로 거절해야 했었다. 개인비서에는 옷차림, 헤어스타일, 몸매 등에 대해 불편하게 만드는 언급을 했다.
2000년대 스위스 제네바 사무국에서 일한 유럽 직원은 슈밥이 자신에게 다가와 책상 한쪽 다리를 올려놓고 사타구니가 그녀의 얼굴 앞에 놓인 상태에서 그녀가 하와이 전통 복장을 한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알렸다.
WSJ은 슈밥이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수 십년 동안 직장 내에서 여성과 흑인에게 적대적인 분위기가 만연하도록 방치했다는 것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WEF 고위 간부들에 대한 고발도 다수 제기됐다. WSJ은 최소 6명의 사무국 직원이 임신 또는 출산휴가 복귀 후 자리가 사라지거나 경력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전했다.
6명은 일부 포럼 고위 간부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직원 2명은 지난해 다보스포럼을 포함한 WEF 주최 주요 회의에서 초청된 VIP 인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일이 있다고 고백했다.
WEF는 WSJ의 보도에 대해 “중대한 부정확성과 근거 없는 추측을 담은 기사”라며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