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아파트를 구입한 경우 소득의 39%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전국적으로 주택 구입 부담에 따른 금융 부담은 전 분기보다 소폭 줄었다. 주택 가격보다는 대출 금리 하락의 영향이 컸던 영향이다. 하지만 2분기 이후부터 집값이 반등하면 부담도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62.8로 전 분기(64.6)보다 1.8포인트(p) 하락했다. 이 지수가 62.8이라는 것은 가구당 적정 부담액(소득의 25.7%)의 62.8%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의미다.
분기마다 산출되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주택을 표준대출로 구입한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의 정도를 나타낸 지수다. 총부채상환비율(DTI) 25.7%에 더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7.9%의 20년 만기 원리금 균등 상환 조건을 표준대출로 가정했다.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2년 3분기 89.3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올해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하락했다.
지역별로 보면, 올해 1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51.0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156.0) 대비 하락한 것으로, 소득의 38.8%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종은 100.5로 서울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100선을 웃돌았다. 경기(82.1), 제주(74.7), 인천(66.6), 부산(64.9), 대전(62.9), 대구(57.0), 광주(52.8) 등도 50 이상이었다. 이어 울산(46.6), 경남(38.6), 강원(37.0), 충남(35.0), 충북(34.6), 전북(32.5), 경북(30.0) 등의 순이었고, 전남은 28.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지역별 순위 변동은 없었다.
올해 1분기 중에는 전국 주택 가격이 보합을 기록한 가운데 소득은 소폭 상승하고 금리가 내리면서 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유효한 가운데 대출 금리 하향 조정 덕분에 주택 구입에 따른 금융 부담도 지난해 4분기보다 다소 경감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3.91%로 지난해 11월(4.48%) 이후 7개월 연속 하락했다. 은행채 5년물과 코픽스(COFIX) 등 지표금리가 하락한 영향이었다.
대환대출 활성화에 따른 금리 인하 효과도 일부 요인으로 거론된다. 올해 초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을 계기로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가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은행권이 서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려는 과정에서 대출 금리가 낮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분기 바닥을 찍고 2분기부터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내렸지만,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이 2021년 8월 이후 처음 5000건을 넘어서는 등 주택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6월 주택가격전망지수도 108로 전월(101)보다 7p 상승했다. 지난해 10월(10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셋값 상승에 따라 매매 가격도 오르고 있다며 지역별 온도 차를 전제로 2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