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윤석열 대통령, 회의에서 격노한 적 없다”
제22대 국회 개원 후 처음으로 대통령실 참모들이 증인으로 출석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에서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특검법은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판단할 일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VIP 격노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회의 시작 직후 여야 의원 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며 질의가 한 시간 만에 시작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 결과가 한 10여일 후면 발표되지 않을까 한다”며 수사기관 결과 발표가 먼저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이 수사 결과는 언제쯤 나올 것으로 알고 있냐는 질문에 “경찰 수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이처럼 답했다.
정 실장은 “특검은 제가 알기로는 수사 주인 사건에 대해 예외적으로 보충적으로 필요한 경우 실시하는 제도로 알고 있다”며 “채상병 사건은 과실치사 부분은 경찰, 외압 부분은 공수처에서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 결과를 지켜본 이후에 특검을 판단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수사 결과를 본 이후에도 미진하다면 먼저 특검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씀하신 바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박정훈 대령이 주장하는 이른바 외압은 실체가 규명된 바가 없고, 증거도 없다”며 “전언의 전언을 통해 들은 주장과 느낌만 있을 뿐 실체적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항명 사건은 명확하게 실체와 증거가 나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VIP 격노설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격노한 것을 본 적도 들은 것도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야권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채상병 사망사건과 관련,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는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는 VIP 격노설을 주장하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VIP 격노설과 관련 지난해 회의에서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들은 적이 없나’라고 묻자 “여름휴가 직전으로 기억하는데 저희 앞에서 화를 내신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보지 않은 사실에 대해 대답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고 의원은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에 “당시 회의가 끝난 직후 시간대 800-7070 번호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전화 이후 모든 것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안보실장 번호라는데 맞나”라고 질의했고, 장 실장은 “제 번호는 아니다. 저희는 4자로 시작한다”고 답했다. 정 실장도 같은 질문에 “처음 듣는다. 말씀하신 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화회선 재배치 의혹이 사실이라면 증거인멸이라는 고 의원 지적에 윤재순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은 “전화번호를 재배치한 기억은 없다”고 했다. 윤 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은 수시로 인원이 늘고, 사무실이 늘었다, 줄었다 한다”며 “그때마다 전화기가 설치되기도 하고 철거하기도 한다며 그 행위 자체가 증거인멸이라고 한다면 그건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이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실장은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재의요구권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 책무”라며 “위헌 사항이 분명한데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직무 유기”라고 말했다.
이어 “특검법은 여야 합의에 의해 성안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 권한이고 행정부 수반은 대통령이므로, 야당만의 추천으로 이뤄진 특검 임명 절차는 권력 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이날 운영위에서는 업무보고 사전 협의 문제를 놓고서도 공방이 일었다. 민주당은 대통령비서실‧안보실‧경호처의 업무보고 자료가 사전에 재출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고, 국민의힘은 여당 간사도 공식 선임되기 전인데 무슨 협의가 이뤄질 수 있었겠냐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운영위원장을 맡아왔던 관례를 들어 야당이 운영위원장을 차지한 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