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센트럴파크 설계자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는 “사람 살 집도 모자란다”는 비아냥에 이렇게 맞섰다. 그의 뚝심으로 1897년 뉴욕 도심 한복판에 축구장 340개 규모의 ‘오아시스’가 들어섰다. 현대 도시공원 선구자의 혜안은 도시민의 ‘병(病)’을 치유하고,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근간이 됐다. 약 130년이 지난 지금, 도시 속 자연의 가치는 더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도시를 집어삼키기 시작한 가운데 녹지가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견인할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비영리기관 네이처 포지티브 이니셔티브(NPI)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도시 속 자연이 사라지면서 국내총생산(GDP)의 44%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시가 자연을 몰아낸 자리에 콘크리트를 채우면서 성장과 발전을 이뤘는데, ‘역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NPI는 막대한 경제 손실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전 세계 500대 도시 중 ‘자연 회복’ 전략을 세운 곳은 37%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자연친화적 도시가 지구를 살릴 수 있다’며 인류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 위기를 해결할 열쇠로 ‘자연’을 꼽았다.
도심 속 자연의 효용은 차고 넘친다. 미국 기후싱크탱크인 클라이미트 센트럴은 지난해 연구 보고서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자연재해로 폭염을 지목하면서 도시 건축 환경이 열섬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리에 나무를 심고 건물 지붕 색깔만 바꿔도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건강 증진과 사회적 네트워크 강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쏟아진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자연과 함께하면 건강상 긍정적인 효가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자연 복약’ 방식이다. 2013년 미시간대학교 연구원들은 보고서에서 “도시 속 자연은 사회 관계 구축에 도움을 주며 정서적 회복에도 기여한다”고 밝혔다. 호주 커틴대학교의 피터 뉴만 교수는 “자연친화적 도시는 기후변화, 폭염, 가뭄, 건강, 빈곤, 일자리 등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한다”며 “자연을 도시의 중심으로 바라봐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이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의미다.
자연이 주는 이점에 눈뜬 도시들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전진하고 있다. 뉴질랜드 웰링턴 ‘숲속 도시’, 호주 멜버른 ‘도시 숲 계획’, 싱가포르 ‘정원 속 도시’, 런던 ‘국립 도시공원’ 등이 그 예다. 서울도 지난해 ‘정원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2026년까지 도심 곳곳에 1000개의 정원을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1인당 평균 공원 면적이 4.7㎡(약 1.4평)에 불과한 서울로서는 갈 길이 먼 셈이다.
관건은 도시 속 자연과 인간을 어떻게 ‘연결’ 시키는가에 있다. 우선 이미 있는 자연을 회복시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평가다. 강과 수로를 복원하고 공원, 산책로를 만들어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내 1호 여성 조경가인 정영선은 “서울의 한강만큼 아름다운 자연이 없는데 한강 주변으로 나무를 너무 빽빽하게 심어놔 도로에서는 한강이 보이질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어딜 가서 보더라도 고궁, 산, 역사적 유적하고 계속 얽혀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연결시키고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건물을 비롯한 인위적 환경에 자연 요소를 얼마나 채우는지도 중요 포인트다. 국제사회에서는 녹색 지붕이 대세가 됐고, 도시 건물 설계 시 필수 항목으로 들어가는 비율도 높아졌다. 2009년 세계 최초로 녹색 지붕 조례를 제정한 캐나다는 6층 이상의 다세대 주택, 학교, 상업용 및 산업용 건물 지붕에 50% 이상의 녹지를 품도록 했다. 독창적 수직녹화를 발전시킨 싱가포르 역시 건축할 때 그 땅에 원래 있던 만큼의 자연을 건물에 마련해야 한다.
도시 속 자연의 완성은 시민참여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지훈 단국대 녹지조경학과 교수는 “정원의 요체는 사람들이 모여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며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면 고립, 단절 등 도시의 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