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운송기사 총파업…수도권 아파트 공사 멈췄다

입력 2024-07-0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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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산하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운반비 인상 협상을 촉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7월 1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의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아파트 공사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운송비 협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업에 돌입하면서 레미콘 공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파업이 하루빨리 끝나지 않는다면 공사지연과 그에 따른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품질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은 레미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날 상당수 수도권 현장에서 타설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전날 오후 기준으로 적은 곳이 50~60%가량, 많으면 90% 이상 타설이 중단됐다.

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1일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영향이다. 수도권 운송기사는 총 1만1000명 정도인데 이 중 75%가 넘는 8400여 명이 한국노총 소속으로 알려졌다. 레미콘 운송노조는 수도권 사용자 단체에 수차례 운송료 협상을 요구했지만 지난달 말 계약 종료일까지 협상을 회피해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건설사들은 비노조 기사를 통해 레미콘을 공급받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가능한 곳은 다른 작업을 먼저 했고 일부 현장은 한국노총 소속이 아닌 쪽을 통해 레미콘을 조달해 공사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레미콘은 착공 초기나 마무리 단계를 제외하면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파업이 이어지면 아예 손을 놓는 현장이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방안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레미콘 운송은 대체 자원이 많지 않고 제조 후 바로 공급이 이뤄져야 해 다른 자재와 달리 쌓아놓고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파업이 하루빨리 끝나길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레미콘 운송노조와 레미콘 업계의 견해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건설업계의 바람이 이뤄지길 기대하기 쉽지 않다.

레미콘 운송노조는 2022년 7월 운송료 협상 당시 올해는 레미콘 제조사 모임인 레미콘 발전협의회와 노조가 통합 협상을 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레미콘업계는 운송기사가 개인사업자라 노조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문제는 아파트 공급 지연과 공사비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타설 공정이 사흘 밀리면 뒤에 이어지는 작업은 연쇄적으로 더 늘어지게 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철야나 추가 인력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공사 기간 연장은 공급 일정 연기로 연결되고 여기에 추가 작업, 투입 인력 등은 모두 공사비 증가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 등으로 작업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 현장 인력이 생계를 위해 건설 이외의 다른 일을 찾아 떠난다"며 "숙련된 작업자 부족은 다수의 하자를 유발하고 이런 사례는 실제로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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