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대신 호르몬 요법으로 인한 생식기 변화도 인정
일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아도 성별 변경을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이날 ‘성 정체성 장애 특별법’의 생식기의 출현(외관 요건)의 규정을 충족하지 않는 청구인이 호적상의 성별 변경을 신청한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고등법원은 해당 특례법이 요구하는 외관 요건 중 하나인 ‘변경 후 해당 성별의 성기와 유사한 외관을 갖출 것’이라는 규정이 위헌 요소가 있다고 판결했다.
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해당 요건을 충족하려면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에 대한 침해를 받지 않은 권리’를 포기하고 수술을 받거나, 성별 변경을 포기하는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해당 요건이 공중목욕탕 등에서 이성의 성기를 노출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라며 규정의 목적에는 정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호르몬 요법을 지속해서 받으면 생물학적 성별과 관계없이 외부 생식기 모양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하며 “청구인은 의사의 진단에 따라 호르몬 치료를 받아왔고 신체 각 부위의 여성화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일본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특별법의 ‘생식선 혹은 생식 기능이 없을 것’이란 요건이 헌법 13조가 보장하는 ‘의사에 반해 신체를 침범당하지 않을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한다”면서 “또 다른 외관 요건인 ‘성별 변경 후 성기가 유사한 외관을 가질 것’이란 규정에 대한 고등법원 단계의 재심리가 필요하다”며 이 부분을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이 사건의 청구인은 일본 서쪽에 거주하는 호적상 40대 남성이다. 그는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채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청구인은 외관 요건을 충족하려면 성기 절제 등의 수술이 필요한데, 이는 당사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의 판단에 이어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은 성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법적 판단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