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비상장주식) 투자회사들은 이 기회를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글로벌 대체자산 데이터 분석기관 프레킨에 따르면 업계가 부동산 투자를 위해 확보한 4000억 달러(약 551조7600억 원)의 자금 중에서 약 64%가 북미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년 간 가장 높은 점유율이다.
미국 오피스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재택근무 확산으로 4분의 1 가까이 하락했다. 하락 폭이 유럽보다 컸기 때문에 PE 투자회사들은 미국 자산의 저평가를 활용하고자 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도니 약 1조 달러 규모의 부채 만기가 도래한다. 차입자가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늘어나면 부실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매수자의 선택지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레벨 콜 플로리다 애틀랜틱대학교 금융학 교수 겸 오크트리캐피털 매니지먼트 고문은 “저축대부조합(S&L) 위기나 2008년과 비교하면 부실 자산에 관해서는 아직 1~2라운드 단계에 불과하다”며 “쓰나미가 몰려와 바닷가에서 물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존 브래디 오크트리 부동산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최근 미국 관련 보고서에서 “지난 40년 동안 가장 중요한 부동산 부실 투자 사이클의 벼랑 끝에 서 있을 수도 있다”며 “상업용 부동산만큼 인기가 없는 자산군은 거의 없어서 이보다 더 좋은 거래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아시아, 유럽 등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미국 쏠림 현상으로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해당 지역의 문제 대출과 부동산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자산을 겨냥한 이러한 전개는 다른 지역의 주요 매수자 후보로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바닥권자’만이 남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되면 유럽과 아시아의 부동산 가치가 더 떨어지거나 매도자나 대출기관이 초저가 인수 제안에 응하지 않아 일부 시장이 교착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알타스그룹의 오마르 엘트리 리서치 디렉터는 “북미 경제 호조, 더 깊은 시장, 달러화 강세가 다른 지역의 시장 회복 지역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