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이후 감사·컨설팅 비용 늘어나
중소형사 "회계·구조도에 '정답' 없어…
대형 법인에 기대다 보니 부담 더 커져"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인해 보험업계가 회계법인에 내야 하는 감사비용과 컨설팅 비용이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새로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인해 지출이 커진 상태에서 또 다른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IFRS17과 책무구조도에는 정해진 답이 없는 만큼 대부분의 보험사가 대형 회계법인에게 믿고 맡기고 있지만, 중소형사로서는 지출 부담이 너무 크다는 곡소리가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 8곳이 회계법인과 올해 맺은 감사 용역 계약 비용은 △2022년 149억9800만 원 △2023년 248억3100만 원 △2024년 197억1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사 별로 보면 삼성생명의 올해 감사 용역 계약 비용은 39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화생명 35억 원 △교보생명 27억1800만 원 △삼성화재 23억6000만 원 △현대해상 18억5000만 원 △DB손해보험 20억4000만 원 △KB손해보험 16억3300만 원 △메리츠화재 17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IFRS17이 새롭게 도입되면서 컨설팅 및 감리의 복잡성을 인정해 막대한 비용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내년부터 도입되는 책무구조도에도 회계법인의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에 따라 구체적인 책무를 지정해 문서화 한 것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앞서 보험업계가 새 지급여력(K-ICS)비율 도입을 위해 회사별로 10억 원 내외의 검증 용역 비용을 지출한 바 있는 만큼 이번에도 계약금이 수십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달부터 금융지주사와 은행권에 선제적으로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서, 6개월 뒤인 내년 1월까지 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자산 5조 원 이상의 보험사와 금융투자업자는 내년 7월까지, 그 외 금융사는 2026년 7월까지가 제출 기한이다. 현재 제출기한이 가장 빨리 도래하는 금융지주와 은행권은 회계법인을 통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중소형사에게는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이나 책무구조도 모두 답이 딱 정해진 게 아니라서 중소형 보험사들도 대형 보험사와 계약을 맺은 대형 회계법인에게 컨설팅을 맡길 수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비용 부담이 더 큰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의 조기 안착을 지원하고 금융사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범운영 기간을 진행하기로 했다. 책무구조도의 법정 제출기한이 가장 빨리 도래하는 은행과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고 향후 다른 업권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시범운영에 참여한 금융사에게는 책무구조도에 대한 점검·자문 등의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시범운영 기간 중에는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은 경우에도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을 예정이다. 시범운영 과정에서 소속 임직원의 법령위반 등을 자체 적발해 바로잡은 경우 제재조치도 감경 또는 면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