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 위치한 한 반지하 주택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이 주택은 2022년 8월 침수 피해를 입은 반지하 중 한 곳이다. SH공사는 지난해 10월 가구당 평균 3억 원에 이 주택을 매입해 반지하에 거주하던 3가구를 다른 거주지로 이주시켰다.
이날 찾은 반지하 주택은 들어서자마자 습한 기운이 가득했다. 환한 대낮에 방마다 불을 켜 둔 상태였지만, 어둑어둑하고 축축함이 가시질 않아 응달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작은 화장실은 다 쓰러져 사용이 어려운 상태였고, 방마다 창문이 열려있음에도 환기가 되지 않아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가득해 연신 기침이 나오기도 했다.
김 사장은 "2022년 반지하 수해 피해가 컸던 것을 보면서 정부가 책임지고 반지하 주택을 소멸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정부에서 SH공사에 반지하 멸실 역할을 맡겨 책임감을 느끼고 사업을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H 공사는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2718가구의 반지하 주택을 매입했다. 매입한 반지하 주택의 유형은 대부분 지상, 지하가 구분 등기되지 않는 다가구로, 지하는 587가구, 지상은 2131가구다. 기존 다세대 주택은 반지하 가구를 단독 매입할 수 없었으나 SH공사가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해 단독 매입이 가능해졌다.
주거상향도 적극 지원 중이다. SH공사 소유의 반지하 가구 거주민들의 지상층 이주를 지원하는 주거상향 정책을 통해 2021년부터 현재까지 총 228가구의 지상 이주를 완료했다. 보유한 반지하 주택 총 713가구 중 653가구가 폐쇄됐으며 나머지 60가구도 주거 상향 절차를 추진 중이다.
매입한 반지하 주택 일부는 지자체에 무상으로 대여한다. 커뮤니티 공간이나 창고 등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실제 이날 방문한 또 다른 반지하 주택은 '동네수방거점'으로 완전히 탈바꿈 된 상태였다. 침수시 쓸 수 있는 펌핑 장비와 소방용 호스, 차수판 등 각종 수방장비들을 완비한 공간으로 정돈됐다. 수해 발생시 지자체 공무원들의 대응본부나 수재민 임시거처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SH공사는 앞으로도 반지하 주택 소멸을 위해 매입 제도 개선을 적극 건의할 계획이다. 반지하 주택 매입 과정에서 재정 부담을 증폭시키는 매입 임대 보조금 반납 제도 폐지, 반지하 매입 예산 전액 국비 지원 등을 적극 요청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정부와 서울시의 '반지하 점진적 소멸' 방침에 따라 반지하 주택을 지속 매입하는 한편, 매입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건의할 것"이라며 "주거 상향과 재해 예방시설 설치 등을 통해 반지하 거주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