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불가능한 선물 해외에선 가능…이용자 리스크 커져
MM, LP 활동 시세 조종될 여지 커…김치 프리미엄 확대 가능성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이 최우선 목표인 ‘투자자 보호’를 충족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에 시행되는 법만으로는 국내 투자자와 해외 투자자 간 투자환경 차이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법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가상자산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를 금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업계에서는 법이 해외 규제와의 차이가 커 오히려 국내 투자자가 피해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날 금융감독원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가상자산법 시행을 앞두고 금감원 본원에서 기관장 및 조사·수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합동 워크샵 개최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엄정 대응을 예고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법규 정비, 감독·조사 인프라 구축, 사업자의 규제 이행 점검 등을 착실히 진행해 왔고 법 시행 이후 엄정하고 신속한 감독·검사 및 불공정거래 조사를 통해 시장규율을 확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가상자산은) 기존에 없었던 자산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통 금융과 같은 형태의 규제를 적용할 때 이용자 보호가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라며 “규제만 강화돼서 해외 거래소에 비해 국내 거래소의 위상이 축소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상자산법 제3조에서 “이 법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로서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에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거래가 일어나는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해외 프로젝트나 거래소의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선물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고, 이에 선물 투자를 하려는 국내 투자자들은 미신고 해외 거래소를 사용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국내 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 외에는 당국이 이들 거래소를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법률은 아니지만, 당국과 업계가 마련한 가상자산 상장 모범사례 역시 투자자의 해외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용자보호를 위해 건전성이 떨어지는 프로젝트의 거래지원 종료가 바람직할 수 있으나, 모범 사례에 따라 거래지원이 종료되는 자산을 거래하기 위해 해외거래소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법 시행 이후 시장조성자(MM)나 유동성공급자(LP) 활동이 전면 금지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의 유동성 차이만 벌어질 뿐 실질적 규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업계 역시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MM과 LP가 시세조종에 자주 연루되는 만큼,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특이 현상인 김치 프리미엄도 결국 거래소에 공급되는 유동성이 투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다만, 해외 거래소에서의 MM과 LP 활동이 결과적으로 국내 시장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차라리 당국이 허가한 업체가 양성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가 국내 거래소만큼의 규제를 받는 건 아닌 만큼 오히려 이용자를 더 위험한 해외 거래소로 내몰 수 있다”며 “위험은 큰 상황에서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구조로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