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번 사건 바이든 정부 탓”
무역전쟁 중인 중국도 ‘우려’ 입장
러시아 의식한 북한 김정은 침묵中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 피격 사건과 관련해 주요 국가가 일제히 이를 ‘정치 테러’로 규정하고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침묵했다. 동맹 수준으로 확대된 러시아와의 관계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과 동아시아 주요국은 일제히 정치 테러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비우방국은 미묘한 온도 차이를 두고 미국 정치권을 먼저 비판하기도 했다.
키어 스타머 신임 영국총리는 “어떤 형태라도 정치적 폭력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의 비극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말했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번 공격은 비열한 폭력 행위”라고 비난했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빠른 회복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세상 어디에도 자리할 곳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브라질에서는 전 대통령의 발언이 외신의 시선을 끌었다. 자이르 볼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트럼프를 위로하며 “우리 취임식에서 만나자(See you at the inauguration)”라고 노골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역시 미국과의 동맹을 재확인하며 일제히 유세 현장 총격을 비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에 굳건히 맞서야 한다”라는 입장을 발 빠르게 내놨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트럼프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어떤 형태의 정치적 폭력도 우리 민주주의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명의의 입장을 밝혔다. “정치적 폭력이라는 끔찍한 행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라며 “한국 국민은 미국 국민과 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도 시진핑 국가주석 이름으로 위로 견해를 밝히기는 했다.
러시아는 미국 행정부를 먼저 비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사건 발생 직후 “현재의 미국 행정부가 공격을 유발되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친러시아 행보를 이어가는 슬로바키아 로버트 피코 총리 역시 “도널드 트럼프가 대중을 짜증 나게 만들면서 어느 불쌍한 청년이 총을 들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적대적인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우리는 적대적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한다”고 짤막한 견해를 밝혔다.
이처럼 온도 차이는 존재하지만 대부분 국가가 정치적 테러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미국과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 역시 다르지 않았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나가는 과정에서도 침묵 중이다. 이미 두 정상은 2018년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1, 2차 정상회담을 치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된 북한이 정치인 테러를 규탄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로 보일 수 있다. 나아가 트럼프와 관계를 고려해 견해를 밝힐 경우, 자칫 러시아와 관계 개선 효과가 반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모든 정치 지도자가 이번 사건에 대해 견해를 밝힌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북한과 이란 지도자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