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식사ㆍ명품 핸드백 대가로 받아
미국 연방 검찰이 16일(현지시간)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북한 전문가 수미 테리를 한국 정부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 연방 검찰 소장을 인용해 한국계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고가의 저녁 식사와 명품 핸드백을 대가로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소장에는 테리가 주유엔 한국대표부 참사관으로 가장한 인물에게 처음 연락을 받았다고 적혀있었다. 이후 그는 한국 정부를 위해 10년간 일하면서 루이뷔통 핸드백과 돌체앤가바나 코트,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만찬 등 각종 선물과 향응을 제공받은 것은 물론 최소 3만7000달러(약 5100만 원)의 현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테리가 2013년 6월부터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가 한국 정부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 언론에 출연하거나 기고했으며, 여기에는 2014년 NYT 사설 등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또 3차례에 걸쳐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했는데, 청문회에 출석하려면 외국 정부의 대리인이 아니라는 점을 선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테리가 외국 정보요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것과 의회에서 여러차례 증언하기 전 한국과의 관계를 밝히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테리는 2022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대북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가진 비공식 회의에서 작성한 노트를 한국 측에 전달한 혐의도 있다.
테리 측은 이번 간첩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테리의 법률대리인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앞서 테리는 지난해 6월 연방수사국(FBI) 조사 당시 2008년 CIA에서 퇴사한 이유에 대해 “해임되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었다”고 말했으며 해당 시점에 그는 한국 국정원과 접촉한 것이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12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수미 테리는 CFR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그는 미국 하와이와 버지니아에서 성장했으며, 보스턴 터프츠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01년부터 CIA에서 동아시아 분석가로 근무하다 2008년 퇴직했다. 퇴직한 그해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국·일본 및 오세아니아 과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