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는 17일(현지시간) 혼조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로 기술주는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4만1000선을 돌파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3.60포인트(0.59%) 오른 4만1198.08에 마무리했다. S&P500지수는 78.93포인트(1.39%) 떨어진 5588.2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12.41포인트(2.77%) 하락한 1만7996.92에 마감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도 1%대 하락하면서 5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을 마쳤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022년 12월 이후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하면서 이달 1일 이후 처음으로 1만8000선을 내줬다. 미국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해외 반도체 기업들에 대중 수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것이란 보도와 함께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이 악재로 작용했다.
반면, 다우지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기술주에서 전통 우량주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는 순환매 장세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제조업 관련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이러한 순환매 장세를 뒷받침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보험회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과 존슨앤드존슨이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각각 4%, 3%대 상승세를 보이며 다우지수 상승세를 견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일본 도쿄일렉트론이나 네덜란드 ASML 등 동맹국들의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계속 허용할 경우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방침을 동맹국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TSMC 등에 지급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문제 삼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대만은 미국에 방위비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를 자극해 반도체 업계에 대한 악영향 우려를 키웠다.
국제유가는 미국 원유재고 감소 소식에 나흘 만에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09달러(2.6%) 오른 배럴당 82.85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물 브렌트유는 1.35달러(1.6%) 뛴 배럴당 85.08달러로 집계됐다. 이로써 전날 3주 만에 최저치로 마감했던 WTI는 지난 5일 이후 최고치까지 오르게 됐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12일 끝난 주간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가 49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3주 연속 감소세다. 앞서 S&P글로벌커머디티인사이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54만 배럴 증가였다. 시장에서는 정유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원유 공급이 줄어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IA에 따르면 이 기간 정유공장 가동률은 93.7%를 기록했다. 직전 주에는 95.4%였다.
유럽증시는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을 비롯한 주요 기술주의 약세 속에 혼조 마감했다.
범유럽증시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7포인트(0.48%) 하락한 514.83에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지수는 80.73포인트(0.44%) 내린 1만8437.30에, 영국 런던증시 FTSE지수는 22.56포인트(0.28%) 상승한 8187.46에, 프랑스 파리증시 CAC지수는 9.22포인트(0.12%) 하락한 7570.81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까지 이틀 연속 하락했던 유럽증시는 이날도 대체로 부진했다. 특히 기술주를 중심으로 약세를 보였다. CNBC방송에 따르면 스톡스유럽600 유럽 기술업종지수는 4.4% 급락했다. 네덜란드 ASML이 10.93% 폭락한 탓이 컸다.
영국증시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식에 반등했다. 영국 통계청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전망치인 1.9%보다 소폭 높았지만,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2%를 이어갔다.
국제 금값이 차익실현 매물 유입에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7.90달러(0.32%) 내린 온스당 2459.90달러에 마감했다.
전일에는 9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고조되며 온스당 2467.80달러로 종료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날은 차익실현이 이뤄지면서 아래를 향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시장은 9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98%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 수익도 배당금도 지급하지 않는 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줄게 돼 금값에 유리하다.
금값은 올해 들어 글로벌 중앙은행의 대량 매수, 중국의 강력한 소비자 수요,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며 20% 가까이 급등했다.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리플을 제외하고 하락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18일 오전 8시 20분 현재 24시간 전보다 1.20% 하락한 6만4221.9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은 1.43% 내린 3394.00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바이낸스코인은 1.05% 하락한 569.23달러에, 리플은 9.47% 급등한 0.63007769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달러화는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5% 하락한 103.75를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0.49% 상승한 1.0932달러에, 파운드·달러 환율은 0.49% 오른 1.3011달러에 마감했다. 달러·엔 환율은 1.33% 상승한 156.47엔으로 집계됐다.
마켓워치는 이날 팩트셋 데이터를 인용해 달러인덱스가 3월 22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영국 파운드화는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고, 일본 엔화는 6월 초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브 잉글랜더 북미 전략 글로벌 책임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달러화 약세를 시도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에 따른 움직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강달러가 미국 제조업체들에 해가 되고, 오히려 경쟁국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과거 재임 시기에 그랬듯 기준금리 인하와 달러화 약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