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성인 된 후 10년간 청구권 유효”…기존 대법원 판례 변경
“당사자 간 협의 등 없으면 소멸시효 진행 안 돼” 반대의견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성년이 되고 나서부터 10년간 유효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A(87) 씨가 전 남편 B(85) 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사건에서 원심의 청구 기각 결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 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 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사라지는데, 이를 소멸시효라고 한다. 이번 판단의 쟁점은 일반 채권과 마찬가지로 양육비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를 언제까지로 인정할지였다.
앞서 대법원은 2011년 자녀가 성인이 되더라도 부모 등이 사전에 양육비 지급에 대한 협의가 없었으면, 예외적으로 언제든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도 “A 씨와 B 씨 간 양육비 지급에 관한 협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묵시적 합의가 성립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양육비 청구권이 추상적 권리에 머문다고 하더라도 구체화되기 전에는 언제까지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자녀가 성년이 된 때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날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2018년 12월 이 사건을 접수하고 6년 가까이 심리한 끝에 전원합의체를 통해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은 “자녀가 성인이 되면 양육 의무는 종료하고 부부 일방이 과거 지출한 비용을 서로 정산해야 하는 관계만 남는다”며 “양육비 권리는 협의나 법원 심판으로 액수가 확정되지 않더라도 독립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으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했다.
이어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이 적극적인 권리 행사를 한 사람보다 훨씬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부조리한 결과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다만 노정희·김상환·노태악·오경미·신숙희 대법관 등 5명은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본 종전 판례가 유지돼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자녀의 복리와 법적 안정성이라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 및 타당성을 적절히 조화시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