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법 개정도 필요…관련법 계류 중
과방위, 논의는커녕 방송법 이슈로 입법 '올스톱'
국회예산정책처가 정부의 연구개발(R&D) 예비 타당성조사 제도 전면 폐지 방침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 개정과 함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방송법 이슈로 인한 여야의 극한 갈등 속에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정처는 17일 발간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2023 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4년 5월 발표한 R&D 분야 예타 폐지는 기존 예타 제도에 대한 심도 있는 평가, 예타 제도의 순기능 및 역기능에 대한 검토, 다양한 이해 관계자 및 전문가의 의견 수렴 등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발표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예정처는 "R&D 특성에 맞는 예타 제도 정책이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거나 안착하지 않은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R&D 예비 타당성조사 제도는 그간 대형 R&D 사업에 대한 충실한 사업 기획이 가능하도록 유도했고, 타당성과 적정 소요 등을 사전에 검토함으로써 무분별한 재정투자를 지양하는 순기능 역할을 수행해 온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과학기술 R&D에 한해 예타를 폐지하기로 했다.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데 대규모 재정을 적시에 신속하게 투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R&D 사업은 총사업비 500억 원이 넘으면 예타를 받아야 한다.
작년까지 정부의 방침은 전면 폐지가 아닌 '문턱 낮추기'였다. 그간 과기정통부는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R&D 예타 대상 사업 규모를 총사업비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향으로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12월 과기정통부가 학계와 가진 공청회에서도 제도 개편 내용에 폐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예정처는 "R&D 예타 폐지는 그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해 온 R&D 제도개선 방향과 결을 달리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연구 현장에서도 R&D 예타 전면 폐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R&D 예타 폐지의 수혜를 얻는 대규모 과제가 적고, 정부 국정 과제에 부합하지 않으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은 입장문을 통해 "R&D 사업에 대한 예타 적용의 문제점 등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고 개선책을 발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라면서 "단순히 예타 제도를 폐지하면, 부실, 중복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거름 장치가 없어지고, 대형 연구개발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충분한 검증 없이 정부 관료 마음대로 쥐락펴락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R&D 사업 예타 폐지를 위해서는 국가재정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는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의 국가 R&D 예산지원 확대을 위한 '패키지 3법' 중 하나로 발의한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다만 이를 논의할 국회 과방위는 방송 관련 이슈에 몰두해 입법 논의를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최수진 의원은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개정안이 일괄 상정으로 소위에는 올라갔지만,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 및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 등 각종 현안으로 소위 자체가 열리지 않고 있어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