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등 외부 리스크도 커지게 돼
영국 연구진 “AI, 연설 분석 통해 성공적 금리 전망”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AI와 경제: 중앙은행에 대한 함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금융시스템의 정교함이 높아지고 (AI 관련한) 기술 조합에 대한 프리미엄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도 “AI가 인간의 판단은 대체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거시경제와 금융 프로세스에 확실한 이해도가 있는 전문가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피에로 치폴로네 통화정책위원도 이달 초 ‘AI: 중앙은행의 관점’이라는 기고문에서 “중앙은행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인간이 확고한 통제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못된 정보를 학습해 없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늘어놓는 AI 특유의 ‘할루시네이션(환각)’으로 인한 편향적이나 부정확한 분석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들의 AI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해킹 위험과 같은 외부 리스크도 커지게 된다. AI 시스템은 클라우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 클라우드가 해킹을 당하게 된다면 정책 판단을 위한 객관적이고 안정적인 데이터 분석이 어려워지게 된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시중 은행들과 함께 특정 AI 알고리즘을 집중적으로 채택했을 경우 해킹으로 인한 타격은 더 커지게 된다.
AI가 도출한 허위 정보를 토대로 작성된 보고서가 배포될 경우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AI가 국가 특유의 상황이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오로지 데이터만을 토대로 결괏값을 내놓게 되면 상당수 국가가 의도치 않게 담합행위를 하는 상황이 초래되거나 이해 상충의 가능성도 있다. 알고리즘 해킹으로 인해 통화정책과 관련한 기밀정보가 누출될 우려도 있다.
BIS는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금융 당국이 다른 국가들과 데이터와 모범사례, 자체 개발한 모델들을 공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실무 커뮤니티를 육성해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치폴로네 ECB 위원은 “AI 활용과 관련한 한계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AI 분야에서 경쟁을 촉진하고, 견고한 규제와 윤리적 보호 장치를 구축, 노동 시장에서 해당 기술을 육성하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금리를 결정하지는 않더라도 금리 예측에 유효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영국 셰필드할람대 연구진은 지난해 9월 발표한 논문에서 “오픈AI의 챗GPT를 활용해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ECB) 통화정책위원들이 금리 투표 결정을 내리기 전 한 연설을 분석한 결과 다음 1~2회 정책회의에서 위원들이 어떻게 투표할지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챗GPT가 연설 어조와 내용에 따라 위원들을 비둘기파와 중립파, 또는 매파로 분류한 뒤 이를 근거로 다음 금리 움직임을 예측했는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적중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