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기술 선도해 정부 도움 불필요 인식
"보조금 없으면 테슬라만 좋아"
트럼프도 전기차 구매 강요만 없으면 된다는 인식
김정은에게도 연일 ‘화친’ 메시지
세계적인 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금 ‘브로맨스’를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전환을 둘러싸고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한배를 타게 됐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 CEO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계는 2년 전만 해도 서로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고받을 정도로 냉랭했으나 최근 들어 부쩍 가까워졌다. 머스크 CEO는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미수 사건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문제는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을 이끄는 머스크 CEO가 “전기차는 사기”라면서 조 바이든 현 정권의 친환경차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어떻게 손을 잡게 됐느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 정부의 전기차 확대 정책을 비판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까지 시사했다. 그는 최근 “전기차는 훌륭하지만 자동차를 100% 전기차로 할 수는 없다.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고 비싸고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바이든 미국 행정부)은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엄청난 규모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가치관은 의외로 쉽게 좁혀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부가 전기차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 한 전기차가 괜찮다고 봤다. 머스크 CEO는 전기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없애도 괜찮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이 더 낫다는 평가를 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의 태도 전환은 인공지능(AI) 규제, 우주사업 계약 등 다양한 이슈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데다가 테슬라가 이미 전기차 개발에서 훨씬 앞서 있으므로 과거와 같은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자심감을 보여주기 위한 베팅으로 보인다고 WSJ는 짚었다. 실제로 머스크 CEO는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보조금을 없애라. 이는 테슬라에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슈퍼팩(정치후원단체·Super PAC)에 매달 4500만 달러(약 626억 원)를 기부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를 18일 부인해 ‘전기차 의무화 폐지’ 방침에 따른 트럼프와의 불화설이 돌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날 유세에서 “머스크가 나에게 말하지도 않았지만, 한 달에 4500만 달러를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를 칭찬했다.
또 머스크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영화 ‘매트릭스’ 주인공으로 나와 바이든의 공격을 피하는 ‘AI 영상’을 X에 올리면서 “올해 최고의 AI 영상”이라고 언급하는 등 불화설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한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연일 ‘화친’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 이날 처음으로 열린 유세에서 “김 위원장에게 과거 미국으로 와 뉴욕 양키스 야구 경기를 보러 가자고 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18일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 당시에도 “김 위원장과 매우 잘 지냈다”고 회고했다.
이는 재선 성공 시 김 위원장과 톱다운 방식의 데탕트 외교를 다시 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압박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배제할 수 있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교류 등 여러 난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