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전문위원ㆍ언론학 박사
강수정확도 실제론 상당히 높은편
일상의 불편 대처하는 능력키워야
매해 장마철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푸념소리가 있다. ‘기상청은 오보청’, ‘기상청보다 할머니 무릎이 더 정확하다’와 같은 푸념들이다. 한 조사기관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기상예보에 대한 신뢰도는 2010년 이래 항상 60%를 넘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정말로 기상예보는 정확하지 않은 것일까? 기상예보의 정확도에 대한 통계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에 대한 기상 예보 정확도는 크게 두 가지 지표로 나타낸다.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에 대한 예측 정확도인 ‘강수유무정확도(ACC)’와 비가 오지 않는 날, 특정 지역의 강수 유무 예보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강수 맞힘률(POD)’이다. 기상청의 자료에 따르면, ‘강수유뮤정확도’와 같은 경우 2016년 이래 항상 90%를 넘었다. ‘강수 맞힘률’ 또한 60% 이상을 유지해왔다.
혹자들은 이러한 기상 예보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라고 하나, 그렇지는 않다. 기상예보에 대한 불신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말한다. 2022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의 슈워츠(Schwartz) 교수는 포브스 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과학적인 지표가 아니라 개인의 경험을 통해 기상예보의 정확성을 인지하기 때문에 당연히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상 예보의 정확도를 자기 자신의 일상 변화 혹은 유지를 통해 인지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평상시 야외에서 조깅을 즐기는 이가 있다고 해보자. 어느 날, 이 사람은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 예보를 보고 그토록 좋아하는 조깅을 취소했다. 그런데, 비가 오긴 오되 조깅이 충분히 가능할 정도인 안개비가 온다고 가정해보자. 과학적인 지표대로라면 기상 예보는 거의 정확하지만, 이 사람이 인식하는 정확도는 훨씬 떨어지게 된다. 기상 예보와 실제 날씨의 차이보다 본인의 일상에서의 변화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 개인은 단순히 강수의 유무뿐만 아니라, 강수의 시간, 범위, 양 등에 있어서의 세밀한 차이를 바탕으로 일상을 계획하고 영위하게 된다. 하지만, 현시점의 과학기술 발전 수준에서는 이러한 미세한 차이는 기상 예보의 정확도를 계산하는 데에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기상청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도출하는 기상 예보의 정확도와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기상 변화로 인한 불편에는 간극이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유독 기상 예측이 어렵다는 한국 여름철의 기후 특성이 더해져서 더욱 기상 예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한국의 여름, 특히 장마철에는 한두 시간 사이에 강수 상태가 바뀌기도 하며, 국지성 호우 같은 경우 비구름의 모양에 따라 강수의 범위를 100%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현재 시점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수집되는 기상정보만으로는 완벽한 기상 예보가 어렵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와중에 기상청이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을 대폭 발전시킬 계획이라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기압과 지면의 상태까지 이전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정보와 자료를 수집해서 기상 예보 정확도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상청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응원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번 장마철에도 폭우로 인해 많은 이들이 생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소 맞지 않는 기상 예보 때문에 생긴 작은 일상의 변화로 푸념하는 것은 응석일지도 모른다. 일상의 작은 불편이나 예기치 않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 또한 리스크 관리 능력이다. 기후산업의 일원인 기업체뿐만 개별 일반인들도 이 장마철을 그런 능력을 발휘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