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첫 유색인종 여성 후보 탄생 가능성 커
열린 전대냐, 추대냐…고민 깊어질 듯
‘구원투수’ 미셸 오바마 등판 여부 관심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불과 107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전격 사퇴로 민주당이 대선 후보 교체를 비롯한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른 상황에서 그가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질적 맞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올해 미국 대선 구도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대선후보를 공식 확정하는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잡음 없이 새 대·부통령 후보를 뽑고, 분열된 당내 통합을 달성하며, 사분오열하는 지지층을 재결집해야 하는 어렵고도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만약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정식 대선후보로 지명되면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이후 두 번째 여성 대선 후보가 된다. 유색인종 여성 후보가 대선에 도전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표심을 흔들고, 해리스는 나이·인종·성별 문제를 정면에 내걸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 부통령의 나이는 올해 59세로 비교적 젊다.
문제는 해리스 부통령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냐는 부분이다. 그는 민주당 잠룡 중에서는 괜찮은 대안으로 꼽히지만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지지율 측면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약간 낫거나 비슷한 성적을 거뒀다. 부통령으로서의 지지율은 평균 30% 후반으로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낮다. 흑인 유권자, 젊은 유권자, 여성 유권자를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유리할 순 있지만 이것이 곧 ‘필승카드’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을 포함해 다른 후보까지 아우르는 ‘오픈컨벤션(열린 전당대회)’을 치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다른 대안으로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피터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이 꼽히고 있다.
다만 이들 모두 지명도가 해리스 부통령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가, 해리스 이외의 인물이 대선후보가 되면 바이든 캠프의 자금 활용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경선을 함께 해 온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선 캠프가 지금까지 모은 선거 자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타 후보의 경우 최대 3200만 달러(약 444억 원)만 이관받을 수 있다. 또 일부 주 주법에 따라 데드라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완전 자유 경쟁보다는 해리스 부통령을 사실상 추대하는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밖에 유일하게 민주당 진영 인사 가운데 일부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한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의 행보도 관심 요소다. 다만 그가 수차례 정계 진출을 고사해온 만큼 실제 구원투수로 등판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