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에 있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라는 보안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는 과정에서 MS 윈도 운영체제(OS)와 충돌을 일으키며 '글로벌 IT 대란'이 일어났다. 5000편 이상의 항공기 운항이 지연·취소됐고 방송·통신·금융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는 등 큰 피해가 이어졌다. 미국의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패트린 앤더슨에 따르면 이번 글로벌 IT 대란으로 인해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가 넘는 비용이 발생했다. 22일 기준으로 시스템 대부분이 복구됐지만 피해 범위가 워낙 큰 만큼 완전 복구까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일시적으로 일부분의 기술이 먹통이 돼도 이렇게 불편을 겪는데, 완전히 모든 기술이 셧다운(Shutdown) 되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무려 17년 전에 나온 영화에서 비슷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영화 '다이하드4'다.
'다이하드4'는 미국을 대상으로 벌어진 대규모 사이버 테러를 막는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역)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영화에서 사이버 테러 집단은 '파이어 세일'이라고 불리는 방식을 통해 국가의 인프라를 파괴하려 한다. '파이어 세일'은 총 3단계로 나뉘며 1단계는 교통 시스템, 2단계는 금융과 통신, 3단계는 가스·전기·수도·원자력 등 컴퓨터로 운영되는 시스템들을 차례로 장악해 불태우듯 완전히 초토화한다.
1단계인 교통 시스템이 마비되자 도로의 교통 신호들이 먹통이 되며 차량이 통제되지 않고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진다. 그다음으로 금융 시스템이 장악되며 세계 경제는 테러 집단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 만일 이들이 데이터를 모두 지운다면 전 세계가 석기 시대로 돌아간다는 국가안전국 요원의 대사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통신도 되지 않아 시민들은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큰 혼란에 빠진다.
영화에선 마지막 3단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존에게 저지당해 테러에 실패하지만, 그런데도 사이버 테러 집단이 미국에 끼친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이들은 별다른 무력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그에 준하는 피해를 미국에 입혔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공격했지만 결과는 그 이상을 낳았다.
물론 이번 글로벌 IT 대란이 사이버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만일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있는 '미리 보기'였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현재 드러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다이하드4'의 세상이 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