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돌발변수에 조기 레임덕 우려
젤렌스키는 러와 협상 의향 내비쳐
네타냐후, 하마스와 협상 늦춘다는 지적도
대선 전 무역·안보 공백 우려 커져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의 남은 대통령직 임기에 함께 일할 것을 고대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까지 놀라운 경력 내내 그랬듯이 미국민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엑스(X·옛 트위터)에 “내 친구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조국과 유럽, 세계를 위해 많은 것을 성취해 왔다”고 평가하며 “그 덕분에 미국과 유럽은 가까운 협력 관계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강하다”고 역설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서방 동맹국과 달리 러시아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은 아직 4개월 남아있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에게 찬사와 격려를 보냈지만, 그의 사퇴로 동맹국의 셈법은 복잡해지게 됐다. 그가 후보 사퇴 후에도 대통령 임기를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밝혔지만, 조기 레임덕으로 남은 임기 동안 동맹 관계에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이 지원해왔던 ‘두 개의 전쟁’에도 변수가 생기게 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대비하려는 듯 종전과 달리 러시아와의 평화협정에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바이든이 이미 레임덕에 빠졌다고 보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휴전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23일 미국에서 예정대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유럽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과 무역정책이 달라질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세론이 나오면서 나토의 입지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유럽에 방위비 증액 필요성을 언급해왔으며 재임 시절 나토 탈퇴까지 시사한 바 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캐나다와 멕시코도 대선 이후 무역과 관세 정책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동맹국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 캠프 측에도 접촉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민주당의) 다음 후보자와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전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앞으로 11월까지 구심력을 잃은 바이든 대통령과 여전히 양국 관계 유지·강화 기조를 이어나가야 한다”면서 “그러나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둔 일본도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낮은 지지율로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 기업들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을 계속 제공할 경우 엄격한 무역 제한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중국산(産) 제품에 60% 이상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할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