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똘똘한데 가격도 괜찮네”…기아 EV3 [시승기]

▲기아 EV3 정면 디자인. 기아 전기차 다운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이민재 기자 2mj@)

최근 전기차 시장의 화두는 ‘캐즘(일시적 성장 둔화)’이다. 전기차가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자 가격, 충전 불편 등 여러 요소가 부각되며 성장세가 둔화한 것이다. 실제로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6만5557대로 전년 동기보다 16.5% 감소했다.

특히 가격 문제는 전기차 판매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동급 내연기관차에 비해 적게는 1000만 원 이상 비싼 전기차를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차 대중화’라는 목표를 위해 출시된 차가 있다. 바로 기아 EV3다. 보조금 적용 시 3000만 원 초ㆍ중반에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의 전기차가 출시되며 소비자들의 관심도 큰 상황이다. EV3가 정말로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수 있는지, 직접 시승해봤다.

▲기아 EV3 정측면 외관. 전반적으로 기아 EV 라인업과 유사한 디자인 언어를 사용했다. (이민재 기자 2mj@)

EV3을 처음 보면 한눈에 ‘EV9’과 비슷한 구석이 보인다. 기아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인 ‘EV’ 네이밍을 단 만큼 곳곳에서 기아 전기차의 패밀리룩을 확인할 수 있다.

▲기아 EV3 측면 디자인. 뒤로 흐르며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루프 라인으로 스포티함이 느껴진다. (이민재 기자 2mj@)

자동차 디자인의 핵심인 그릴이 필요 없는 만큼 전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로로 자리잡은 램프와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통해 미래지향적 전기차 이미지를 강조했다. 아울러 전체적인 차량의 볼륨감을 더하고, 검은색 팔각형 휠아치를 더해 작은 차체지만 강인하고 묵직한 인상을 자아낸다.

▲기아 EV3 후면 디자인. 리어 글래스와 리어램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깔끔한 인상을 자아낸다. (이민재 기자 2mj@)

측면부에서는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라인을 통해 스포티함을 더했다. 뒷문 손잡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당황할 필요는 없다. 공기역학은 물론 깔끔한 디자인을 고려해 뒷문 손잡이는 C필러 쪽에 위치해 있다. 후면부에는 리어 글래스와 리어 램프를 연결해 깔끔하게 마감했다.

▲기아 EV3 1열 디자인.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첨단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민재 기자 2mj@)

실내로 들어오면 12.3인치 클러스터, 5인치 공조,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세 개의 화면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디스플레이 하단에 위치한 버튼들도 최소화해 깔끔한 인상을 더했다. 특히 1열에 전방으로 120mm 확장할 수 있는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을 세계 최초로 적용하며 운전자의 차량 내 편의성을 높였다. 콘솔 테이블의 재질은 매끄럽다기보다 살짝 거친 형태로 마감해 주행 중에도 물건이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기아 EV3 트렁크 공간. 작은 차체에도 꽤나 넓은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이민재 기자 2mj@)

트렁크 크기는 460L(VDA 기준)로, 크다고 볼 순 없지만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SUV)라는 점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공간을 확보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300mm, 전폭 1850mm, 전고 1560mm, 휠베이스 2680mm다. 비슷한 소형 SUV인 셀토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크기다.

▲기아 EV3 주행 이미지. (사진제공=기아)

EV3는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전기차답게 대중적으로 어필하기에 충분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501km(17인치 휠, 롱레인지 모델)에 달하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다. 기아는 EV3에 81.4킬로와트시(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넉넉한 주행 거리를 확보했다. 실제 이날 주행 시작 시에 배터리가 91% 충전된 상태였으나 서울 성수동에서 강원도 속초까지 약 200km를 달린 뒤에도 배터리 잔량이 50% 이상 남아있었다.

▲기아 EV3 후면 주행 이미지. (사진제공=기아)

주행에서는 무난한 전기차로서의 성능을 보였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을 적절한 수준으로 다듬어내며 내연기관차를 타던 운전자가 바로 넘어와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주행감을 만들었다. 오히려 EV6 GT 등 강력한 전기차에 익숙해져 있다면 다소 슴슴하다고 느낄 정도다.

고속주행이 대부분이었던 이날 주행 중 소음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고속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일부 느껴졌는데, 불편함이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다. 대신 풍절음은 고속 구간에서도 상당히 준수했다.

▲주행 중인 기아 EV3. (사진제공=기아)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최초로 적용된 i-페달 3.0을 통해 모든 단계에서 i-페달을 활성화할 수 있어 회생제동의 편의성도 높아졌다.

아울러 기아 전기차 최초로 탑재된 ‘기아 AI 어시스턴트’도 편의성을 더하는 요소다. 구글의 챗GPT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AI 어시스턴트는 정보 검색, 차량 제어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돕는다. 실제로 날씨에 관한 질문을 하자 특정 지역의 현재 날씨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기도 했다. 운전자의 모든 질문에 대답하는 ‘똑똑한 AI’까진 아니었지만 간단한 정보 제공에는 큰 불편함이 없는 수준이다.

▲기아 EV3. (사진제공=기아)

전기차로서 무난한 성능, 다양한 첨단 편의사양을 갖춘 점에서 EV3는 경쟁력 있는 전기차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3000만 원 초·중반대부터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경쟁에서도 크게 뒤처진다고 보기 어렵다. 기아가 ‘전기차 대중화의 선봉장’으로 EV3를 내세운 점이 이해 갈 정도로 여러 장점이 있는 모델이다.

전기차를 구매하고 싶지만 가격대가 걱정이라면 EV3는 반드시 후보로 꼽아야 한다. 당신의 여러 고민을, 특히 가격에 대한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