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최저, 거래대금 최저, 등락률 (사실상) 전세계 꼴찌.
요즘 코스닥 시장을 나타내는 단어는 ‘최저’뿐이다. 투자자들은 연일 한국 시장에 누가 투자하냐는 반응을 쏟아내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장주로 구성된 지수인 미국 나스닥, 러셀2000, 일본 닛케이225, 튀르키예 BIST100 등은 연초 대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오히려 코스닥은 같은 기간 7% 넘게 떨어졌다. 멕시코와 아래서 1위 경쟁 중이다.
코스닥 시장을 누가 죽인 걸까? 우량 코스닥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이동해서? 전 세계 인공지능(AI) 랠리를 못 타서? 내년에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될 수 있어서?
물론 이런 이유도 영향을 줬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코스닥 시장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탓이 가장 크다. 한국거래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거래소가 이른바 ‘좀비기업’을 확실하게 걸러내 퇴출시키는 등 투자자들이 건전한 시장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 지속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2년 전엔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까지 완화했다.
그 결과 코스닥 시장은 좀비기업 양산소가 됐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는 1702개로 2020년 대비 21.1% 늘었지만, 상장사 영업이익은 오히려 14% 감소했다.
코스닥 주가수익비율(PER)은 28일 기준 102.28배다. 2005년 10월 역대 최고치인 118.3배에 근접한 수치다. PE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1년 치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뜻한다. 즉 버는 건 없지만 주가만 높다는 이야기다.
최근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 본부장을 교체했다. 시장 경쟁력 강화의 적임자라고 했다. 그러나 전임 본부장과 약력을 비교해봤는데, 적임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거의 비슷한 길을 밟아온 분이었다. 사실상 때가 돼서 진행한 인사였다.
‘거래소=철밥통’의 편견을 깰 수 있는 화끈한 정책 실행이 필요해 보인다. 신뢰 회복을 위해 이제라도 좀비기업은 빠르게 퇴출시켜야 한다. 그래야 코스닥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