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수리사회연구소’ 설립 검토를

입력 2024-07-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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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인구는 줄어들고 지방이 소멸되고 있다. 철밥통 직장을 향한 경쟁이 출산율을 저감시키고, 사람을 서울로 보내라는 가치관이 문제라고 나름 판단하여 자신부터 직장을 바꾸었고 지방에서 평생 살았지만, 이런 행위도 대부분 사람이 지닌 하나의 집착일 뿐이다.

비가 오면 댐 수위가 올라가고 액셀을 밟으면 가속되듯이 과학과 공학 시스템은 조치의 영향을 쉽게 알 수 있다. 반면에 출산율 저하나 지방 소멸의 근본 원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공학시스템엔 영향을 미치는 인자가 한정되지만, 사회현상의 변수들은 너무 많다.

컴퓨터 발전에 사회현상 설명 가능성

프랑스혁명 이후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사회학이 탄생했는데 당대 사회학자들은 과학기술처럼 사회현상을 정확히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경제 법칙이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식량은 산술적으로 는다는 법칙도 당시의 산물이다. 그까지였다. 이후 과학기술에 비하면 사회 법칙은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얻어지지 않았다.

그제야 사람들은 사회 법칙의 존재를 의심했고 독일 철학자 딜타이는 사회현상과 같은 정신과학은 자연과학의 기법을 적용할 수가 없다고 선언했다. 자연과학에서 다루는 대상은 의지가 없어 자연의 힘으로 거동이 결정되지만 정신과학 속의 인간은 의지를 지닌 심적 존재로 힘만으로 기술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자연과학은 설명되지만 정신과학은 이해된다고 요약되어 그는 사상사에 각인되었다.

딜타이의 선언은 상식과 대체로 일치하고 깔끔하여 후세대들은 더 이상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컴퓨터 기술이 발전한 작금에도 그의 주장이 여전히 유효할까? 컴퓨터 속에 현실 세계와 똑같은 가상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5000만의 남한 인구를 가상 세계 속에 살아가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개개인의 MBTI 성격과 교육, 족보까지 넣을 수 있다. 학연, 지연, 전관예우, 진영논리까지 넣어 개인의 행동을 묘사할 수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사람도 나타나고 가난한 자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상세 수준에서 논란은 있겠지만 중요한 상호작용부터 구현이 가능할 것이다.

사회는 특정 지역의 모임이므로 각 행위자의 행동을 모두 더 하면 그 사회의 거동을 알 수 있다. 좌우파가 각각 있지만 득표가 많은 단체가 정권을 차지하듯이 합하고, 평균을 내면 사회의 특성이 나타난다. 선거관리위원회, 통계청에서 취합하는 기능을 가상현실이 할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여론 조사로 사회 특성을 추정하지만 가상세계 속의 사람들은 행적이 투명하게 추적되므로 여론조사도 필요 없다. 재산 분포, 정치 성향 분포, 학력 분포, 거주지 분포, 정책의 찬반 등을 직간접적으로 뽑아낼 수 있다.

복잡계 예측할 수리사회硏 나와야

사회에 수리 모델 적용은 생소하지만, 자연에서는 이미 수리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자연과학도 신체 안의 세포의 수, 어떤 지역에서 나무의 수, 지질에서 토양 입자의 수는 천문학적으로 해석이 쉽지 않다. 수리 모델인 복잡계 이론을 적용하면 지진의 세기와 일어나는 빈도는 반비례한다는 법칙도 유도할 수 있다. 비슷한 원리가 적용된다면 사회 격변의 세기와 발생 빈도도 반비례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상호작용은 정성적이고 정량적이 아니다. 정량화를 위해서는 검교정을 해야 한다. 검교정 자료는 잘 알려진 사회현상이다. 수요 공급의 곡선도 한 후보이고, 기본 금리에 따른 예금과 주식으로의 재배분도 좋은 검정용 표본이다. 검·교정이 완료되면 실제 사회현상 예측에 활용된다. 결국 사회는 딜타이의 말대로 원리적으로 서술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인자 때문에 서술의 한계가 있었다.

지방 소멸과 출생률 저하가 오래 지속되었지만, 현행 사회연구소는 이를 되돌릴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연구자의 이권도 지지부진한 이유의 하나가 될 것이다. 혁신적 제안은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 객관적 분석에서 나온다. 수리사회학 연구소를 희망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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