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우석(27·코오롱)이 양궁 천재의 모습을 비로소 드러냈다. 결승전 첫 사수로 6발 모두 10점에 명중시키면서 자칫 어려울 뻔한 게임의 변수를 없앴다.
이우석은 김우진(32·청주시청), 김제덕(20·예천군청)과 한국 양궁 남자 단체전에 출전해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특설 사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개최국 프랑스를 5-1로 누르는 선봉장이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서 이우석은 신들린듯한 플레이로 대표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3명 중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하는 첫 사수를 톡톡히 해냈다. 8강 일본전에서는 첫 세 발을 10점에 꽂았고, 4강 중국전에서는 6발 중 5발을 9점에 꽂으면서 안정적인 출발을 이끌었다.
그리고 프랑스와 결승전. 프랑스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서 이우석은 한층 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이날 자신에게 주어진 6발 모두 10점에 명중시키고 포효했다. 이우석의 완벽한 리드에 김제덕, 김우진도 편하게 플레이하고, 결국 세트 점수 5-1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우석의 ‘올림픽 한풀이’가 제대로 펼쳐진 순간이었다.
이우석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은메달 2개를 따내며 남자 양궁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으나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올림픽 대표 선수를 뽑는 선발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대회가 미뤄지면서 도쿄행이 불발되는 아픔을 겪었다.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 것도 어려웠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시 코로나 19로 1년 연기됐고, 이우석은 두 번이나 국가대표 선발 절차를 통과한 끝에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었다. 항저우에서는 2관왕에 올랐다.
이우석은 다시 서게 된 올림픽 무대에서 그간의 시련으로 더욱 단단해졌다. 그는 "결승 첫 발을 쏠 때 긴장되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오늘 내 날이구나' 싶어 그냥 즐겁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동료들에게 '내가 무조건 10점을 쏘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머니께서 내가 올림픽 떨어지는 것을 바로 뒤에서 보면서 많이 울기도 하셨다. 마지막 화살을 쏘면서 '이 한 발로 끝낸다'라는 생각으로 쐈는데 운 좋게 10점에 맞아 완벽한 경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아시안게임부터 함께 해온 김우진과 김제덕에 대해 이우석은 "진짜 가족 같은 존재다. 악착같이, 한 팀이 되기 위해 매우 많은 연습을 하면서 가족이 됐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제 세 선수는 개인전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이우석은 김우진과는 4강에서, 김제덕과는 결승에서 만날 수 있다.
이우석은 "난 봐 주지 않는다. 한국 양궁이 그렇지 않나?"라면서 "열심히 올라가서 김우진 선수와 4강에서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