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6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노사 상견례 후 46일 만에 잠정합의안을 만들었다. 최근 4년간의 임금협상 가운데 가장 기간이 짧다. 올해 현대차 노사가 빠르게 협상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정년 연장’ 논의에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사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정년 연장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한편 기존 ‘숙련 재고용’ 제도의 기간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숙련 재고용 제도는 현대차가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일종의 ‘계속 고용’ 제도다. 만 60세 정년 이후에도 생산직 근로자가 원하면 1년 더 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을 2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연봉은 신입 초봉 수준으로 줄어드는 대신 정년이 사실상 2년 연장되는 효과가 있다. 회사는 숙련된 근로자를 낮은 인건비로 계속 활용할 수 있고, 근로자는 퇴직 후 소득 공백 기간을 줄일 수 있다.
현대차의 숙련 재고용 제도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방안으로 주목받는다. 생산가능인구 급감에 따라 노동력 확보는 기업의 필수 과제가 됐다.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불가피한 이유다. 다만 기존 호봉제를 유지하면서 정년을 연장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청년 실업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이에 임금 수준을 낮추는 대신 더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현대차의 계속 고용 제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현대차의 계속 고용이 ‘반쪽짜리’라는 점이다. 현대차의 재고용 대상은 생산직 근로자에 한한다. 현재로선 일반직과 연구직 근로자는 만 60세가 되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 물론 재고용 대상을 확대하는 게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설득 과정도 없이 일부 직원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건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현대차 대졸 사무직 사이에서 “생산직으로 옮겨야겠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면 그 취지가 퇴색된다. 현대차의 계속 고용 제도는 국내 산업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일부 직원의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선 한계가 있다. 계속 고용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더 세심하게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