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양태정 변호사 “코인 거래소 투명성 높여야 시장 신뢰도 오를 것”

입력 2024-08-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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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센트(XENT) 상장폐지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 법률 대리
“거래소 자율성 인정하지만…공정한 절차 있어야”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 (법무법인 광야)


“가상자산 거래 지원 종료 절차에 있어 투명하게 소명할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결정해야 재단도 거래소를 믿을 수 있을 것”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이달 15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카페에서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 중 가상자산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결정할 때 고려해줬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양태정 변호사는 “거래소에 대한 투명성도 시장 가치를 평가할 때 고려가 되는 상황인데, 이제 정부의 감독을 받는 시장인 만큼 신뢰도가 높아져야 투자자와 함께 더 많은 자금이 유입돼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태정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광야는 금융과 스타트업, 가상자산 분야 등을 전문 분야로 맡고 있다.

양태정 변호사는 이달 초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인 센트(XENTㆍ구 엔터버튼)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을 상대로 낸 상장폐지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 소송에서 법률 대리를 맡았다. 이 소송에서 센트는 법원으로부터 가상자산 프로젝트 중 최초로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을 받았다.

과거 피카코인, 위믹스, 페이코인, 갤럭시아 등도 가상자산 거래소를 상대로 상장폐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리며 센트 가처분 신청 전까지는 거래소 손을 들어왔다.

그 예중 하나로 올해 1월 해킹 문제로 상장폐지 된 갤럭시아(GXA)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문에서도 재판부는 “상장계약 제11조 제3항, 제4항은 ‘채무자는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코인을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고, 투자유의종목 지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거래지원을 종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4월에도 당시 재판부는 페이코인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을 내리며 “채무자(가상자산 거래소) 약관 제15조에서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채무자가 특정 가상자산에 대해 거래지원을 종료할 수 있음을 미리 알렸던 점, 가상자산 거래소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및 건전한 거래 문화 형성 등을 위해 자정 기능을 수행할 필요성이 있다”며 거래소 손을 들어줬다.

빗썸은 지난 4월 센트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재단이 관리하는 지갑에서 보안 이슈가 발생해 토큰 유통 계획과 불일치한 이동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다는 점을 유의종목 지정 사유로 짚었다.

양 변호사는 “센트는 해킹 당시 해외 거래소 쪽에서 해킹됐다는 사실을 빗썸에 자진해서 알렸고 빗썸에 피해가 없을 거라고 설명했다”며 “센트와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향후 다른 재단이 문제를 사전 발견해도 거래소에 숨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그럼에도 빗썸은 한 번의 투자유의 종목 지정 연장 후 지난달 21일 거래지원종료를 결정했다.

빗썸은 센트 거래지원종료 결정 당시 “투자유의 지정 사유와 프로젝트 개발 및 사업의 진척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로드맵 미이행 및 재단의 사업, 개발 등이 계속 지연되고 있어 재단이 제시한 소명자료만으로는 사업의 지속가능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공지했다.

다만, 재판부는 빗썸이 설명한 센트 거래지원 종료 이유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무자(빗썸 측)가 거래지원 종료 결정에서 언급한 거래지원 종료의 사유가 있다는 점을 소명할 주장과 자료가 제출돼 있지 않다”며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거래지원 종료결정은 위법하여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이 사건 신청의 피보전권리에 관한 소명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신청은 이유가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양 변호사는 “센트 유의 종목 지정 사유가 이미 다 해소됐음에도 최초 유의 종목 지정 사유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업의 지속성이라는 추상적인 이유로 거래 지원 종료 결정을 했다”며 “재판부도 그런 점을 받아들여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재판부가 이전과 달리 재단 측 손을 들어준 데에는 이달부터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가상자산법)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법률 시행 전에는 계약상 계약에만 놓고 해석을 한다고 했다면 법률 시행으로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도 부여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부과했기 때문에 좀 더 공정성을 고려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코스닥 시장과 비교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장폐지 절차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스닥 시장위원회 경우 내부위원도 있지만, 여러 단체에서 추천을 받아 외부 위원을 추천받아 상장 폐지를 심사한다”며 “거래소의 경우 담당자를 만나기도 어렵고 출석해서 소명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가 돼 있지 않고, 기준도 모른다”며 “재단 측에게 이메일로만 소명하게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가상자산은 유의 종목으로 한 번 지정이 되면 떨어진 신뢰도를 다시 올리기 어렵고 소명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시장가치도 폭락하면서 투자자 유입도 어려워져 이때야 말로 사업 지속성도 자연스럽게 깨지게 된다”며 “유의 종목 지정 사유가 소명될 경우 빠르게 해제해줘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사실 거래소가 갑의 위치에 있지만 가상자산으로 인한 거래 수수료가 매출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아직 법을 만들어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거래 지원을 결정하는 데에 자율성을 주는 부분은 인정돼야 한다”면서도 “거래소에 편입된 이후부터 상장폐지까지 자율성을 주게 되면 거래소 판단을 믿고 가상자산에 투자한 사람들도 투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공정한 절차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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