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차관의 연금 이야기] ④ 국가백년대계 함께 풀어낸 스웨덴

입력 2024-08-02 05:00수정 2024-08-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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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보험료 인상·자동조정장치가 핵심
지속가능 확보 위해 여야가 ‘앞장’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 관철시켜

스웨덴은 복지정책을 입안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어 하는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 6만2990달러(2022년)에 국민 10명 중 8명이 행복하다는 나라다. 소득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고 그만큼 사회보장을 받는 고부담·고복지의 나라이면서도, 경제는 고성장을 이뤄 국가경쟁력에서도 상위권을 지키는 나라가 바로 스웨덴이다.

지난해 6월 연금개혁을 살피러 스웨덴을 찾았다가 36년간 현지 강단에 서신 최연혁 린네대학 교수님을 만났다. 복지 강국 스웨덴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 교수님은“높은 세율에도 사회가 유지되는 것은 세금을 내는 만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한 세대를 넘는 일관성 있는 복지정책을 만드는 것, 즉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스웨덴의 일관성 있는 정책 기조는 연금개혁에서 대표적으로 잘 나타난다. 고령화가 한창 진행 중이던 1990년대 초 설상가상처럼 닥친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10%까지 폭등하면서 연금재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연금개혁에 대한 논의가 근본부터 시작돼 결국 1998년 연금개혁을 달성했다.

여기에는 정치권도 큰 몫을 했다. 1991년 의회에 입성한 5개 정당은 여야를 막론하고 지속가능한 연금제도 유지를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을 함께 주도했다. 연금개혁은 이념 문제가 아니고 국가 백년대계 문제이고 다음 세대를 살 수 있게 해주는 현세대의 책임성이라고 본 것이다.

스웨덴 연금개혁의 핵심은 보험료율 인상, 급여방식 변경, 자동조정장치와 최저보증연금 도입이었다.

첫째, 보험료율을 13.0%에서 18.5%로 대폭 인상했다. 기존에는 13.0%의 보험료를 모두 고용주가 부담했으나, 개혁을 통해 고용주 10.98%와 피고용자 7.53% 분담으로 바꿨다. 그리고 보험료율을 더 이상 인상하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둘째, 급여방식을 확정급여방식(DB)에서 확정기여방식(DC)으로 바꿨다. 낸 돈에 관계없이 소득과 가입 기간에 비례해 연금액이 결정되는 DB에서 자기가 낸 보험료에서 이자를 더한 금액을 받는 DC로 바꾼 것이다. 보험료 18.5% 중 16.0%는 소득비례연금으로 개인별로는 연금계좌가 마련되어 명목이자율(주로 임금상승률)을 적용해 퇴직 시 지급되고 나머지 2.5%는 개인별로 선택한 운용처의 실적에 따라 연금액이 증감한다. 연금수급이 시작되면 소득비례연금과 개인적립연금을 합산해 지급한다.

셋째, 연금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자동조정장치도 도입했다. 이 제도는 매년 지급하는 연금액 지출이 매년 납부되는 보험료 수입보다 클 경우 연금액을 자동으로 감액하는 ‘급부자동조정장치’(Automatic Balance Mechanism)로서 인구와 경제 상황이 변해도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연금개혁 이후 경제 상황이 호조를 보이고 높은 수준의 출생률을 유지하는 동안은 자동조정장치가 역할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연금액이 감액된 바 있다.

넷째, 연금액이 일정 수준 이하이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최저보증연금제도를 도입, 최소한의 연금액을 보장토록 했다.

1998년 연금개혁으로 스웨덴은 공적연금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으면서도 공·사연금 모두를 통해 노후소득을 충실히 보장하는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를 완성했다. 0층에는 저소득 노인에게 지급하는 최저보증연금(우리나라 기초연금), 1층에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득비례연금(국민연금), 2층에는 노사협약에 따른 퇴직연금, 그리고 그 위에 개인연금이 있다. 그럼에도 스웨덴의 연금개혁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부터 정년과 연금개시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인 데 이어 69세까지 더 늦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스웨덴의 사례는 배울 점이 많다. 연금제도 안정을 위한 보험료 인상, 확정기여방식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야가 유불리를 떠나 일관성 있는 정책을 함께 만든 것이 바로 그것이다. 22대 국회를 무대로 펼쳐질 연금개혁을 앞둔 우리에게 스웨덴의 개혁사례는 좋은 참고서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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