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염뽀짝’ 갤Z플립6, ‘14년 앱등이’ 기자 마음 흔들 수 있을까 [써보니]

▲삼성전자가 7일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카루젤 뒤 루브르(Carrousel du Louvre)'에서 하반기 '갤럭시 언팩'을 개최하고 갤럭시 신제품을 선보였다. 사진은 갤럭시Z 플립6 제품. (파리(프랑스)=이수진 기자)

애플 아이폰만 사용한 지 벌써 14년이 지났습니다. 결코 아이폰이 좋아서 계속 쓰는 것은 아닙니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에 워낙 관심이 없고, 다른 환경에 새롭게 적응할 자신이 없어서 아이폰만 오래 썼습니다. 본의 아니게 락인(Lock-in) 된 ‘앱등이’인 셈이죠.

삼성전자로부터 1주일간 갤럭시Z플립6 기기를 빌려 직접 써봤습니다. 최근 출시된 신제품의 기술을 살펴보자는 뜻도 있지만, 과연 앱등이인 기자가 다른 스마트폰으로 잘 넘어갈 수 있는 지를 실험해보자는 의도가 더 컸습니다. 갤럭시는 과연 앱등이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요?

평소 가장 궁금했던 점은 데이터 이동이었습니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운영체제가 다르고, 애플이 시스템을 워낙 폐쇄적으로 설계한 탓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갤럭시 스마트 스위치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애플 아이클라우드에 있는 데이터를 이동시켰습니다. 우려했던 바와 달리, 14년간 쌓여 있던 모든 데이터가 안전하게 다 옮겨졌습니다. 전화번호부에 심지어 배경 화면까지 함께 옮겨져 적용됐습니다. 사진과 사진의 날짜‧위치도 잘 넘어왔고 날짜순 배치도 매끄러웠습니다.

아이폰과 갤럭시 기기를 서로 케이블로 연결해 데이터를 옮기는 방법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아이폰 전체 사진에서 10분의 1 정도만 갤럭시로 넘어왔습니다.

후면카메라는 갤Z플립6과 아이폰14프로가 각각 5000만 화소, 4800만 화소입니다. 기자가 사용한 아이폰14프로는 출시한 지 거의 2년이 됐으니 단순 비교가 어려울 수 있겠죠. 그러나 가장 최근 출시된 아이폰15프로의 카메라도 4800만 화소이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겠습니다.

▲곱창볶음 사진. 왼쪽 사진은 아이폰14프로, 오른쪽 사진은 갤럭시Z플립6로 촬영. (이수진 기자)

곱창볶음을 촬영한 갤Z플립6 사진은 형광등 아래에서 찍은 것처럼 색감이 화사하고 밝습니다. 사진의 채도가 높아 곱창볶음이 많이 매워 보입니다. 아이폰14프로의 사진은 색감이 차분하고, 음식 색이 전체적으로 검붉은 느낌입니다.

갤Z플립6의 사진이 조금 더 먹음직스러워 보인다는 의견, 아이폰14프로의 사진에 감성이 느껴져 “사연 있는 곱창 같다” 등 지인들의 의견은 다양했습니다.

▲지하철 지하상가의 모습. 왼쪽 사진은 아이폰14프로, 오른쪽 사진은 갤럭시Z플립6로 촬영. (이수진 기자)

색감은 단순 취향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빛 조절 등 기능적인 면에서는 갤Z플립6가 더 뛰어났습니다.

조명이 많은 곳에서 사진을 촬영하면 두 제품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갤Z플립6의 사진 속 조명은 또렷하게 보이고, 지하상가의 전체적인 밝기가 안정적입니다. 아이폰14프로로 촬영한 사진은 조명의 빛이 심하게 번지고, 공간의 밝기도 제각각입니다.

▲아이폰14프로로 촬영한 야경 사진. (이수진 기자)

아이폰의 조명 촬영 사진은 늘 의문이었습니다. 야경이 좋은 식당에서 촬영할 때 조명이 사방팔방 뻗어 나가 마치 ‘레이저 쇼’를 방불케 했습니다.

갤Z플립6는 역광인 곳에서 더 빛을 발했습니다. 역광의 상황에서 피사체가 너무 어둡지 않게 촬영되지 않게 빛을 잘 조절했습니다.

▲어두운 식당에서 촬영한 파스타 사진. 왼쪽 위아래 사진은 아이폰14프로, 오른쪽 위아래 사진은 갤럭시Z플립6로 촬영.

갤럭시Z플립6와 아이폰14프로는 전체적인 사진의 밝기 뿐 아니라 선명도에서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어두운 식당에서 촬영한 파스타 사진을 확대했을 때 면 부분에서 사진의 깨짐 정도가 달랐습니다. 갤럭시Z플립6로 촬영한 파스타 면은 비교적 선명했는데, 아이폰14프로에서는 거칠게 표현됐습니다.

두 휴대폰 카메라의 화소 차이는 200만 화소. 그래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요? 휴대폰 카메라 부품 전문 회사에 물어봤습니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두 카메라의 화소 차이는 고작 200만 화소로 기능 측면에서 큰 의미는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아이폰과 갤럭시가 사진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소프트웨어 때문입니다. 이미지를 전기 신호로 바꾸고, 그래픽 장치를 거쳐 사진의 형태로 바꾸는 과정에서 사진의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어두운 공간에서 조명을 찍을 때나 역광에서 갤럭시의 카메라가 사진을 안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조리개의 기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갤럭시의 가변 조리개 크기가 크고 성능이 뛰어나서 빛 조절이 수월하다는 설명입니다. 어두운 밤에 달 사진을 선명하게 찍을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간 갤Z플립 시리즈는 카메라 기능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폼팩터의 혁신이 중요하기 때문에 카메라 기능에는 집중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 갤Z플립6는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S24과 같은 카메라를 탑재했습니다.

▲갤럭시Z플립6을 이용해 사진촬영을 하는 모습. (이수진 기자)

90도로 접힌 채로 영상‧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점도 편리했습니다.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수직으로 접은 채 영상을 찍기 수월했습니다.

이전 갤Z플립 제품을 사용했던 지인들은 모두들 ‘힌지(경첩)’ 부분을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전작에서는 힌지에 굴곡이 뚜렷했는데, 이번 모델은 평평하게 펴졌다는 것입니다. 플립을 펴둔 상태면 일반적인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두께도 전작 대비 많이 얇아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스마트폰의 기능과 스펙이 좋아지면 크고 무거워지는 데 반해, 갤Z플립6는 더 얇고 가벼워졌습니다.

갤Z플립의 배터리는 악명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번 제품은 다릅니다. 밤새 갤Z플립6를 충전했다가 출근하고, 퇴근한 뒤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배터리가 40% 정도는 남아 있었습니다. 온종일 폰으로 업무를 하는 사용 습관을 고려하면 성능이 나쁘지 않고, 아이폰만큼 배터리가 유지된다고 느꼈습니다.

발열 증상도 잘 못 느꼈습니다. 아이폰14프로와 비교하면 다소 미지근하지만, 문제 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폰으로 영상을 몇 시간을 봐도 폰이 뜨거워지지는 않았습니다. 네비게이션 앱을 사용하면 갤Z플립6가 후끈 달아오르기는 하는데, 이는 아이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기본 앱 아이콘이 너무 못생겼습니다. 귀엽고 예쁜 외관에 그렇지 못한 내부. 갤Z플립6를 쓰게 되면 ‘폰꾸(폰꾸미기)’는 필수입니다.

전체적으로 인식이 느린 느낌입니다. 터치 인식도 0.001초 정도 늦게 반응하는 듯한데, 이 때문인지 아이콘을 더블 클릭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얼굴 인식도 속도가 늦어서 지문 인식을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밝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서 인식률이 조금씩 달랐고, 화장 여부에 따라 인식을 못하기도 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앱등이가 선망하던 모바일 결제 기능 ‘삼성페이’와 전화통화 시 녹음 기능은 써보지 못했습니다. 해외향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안 써 봐도 좋은 건 다 알잖아요?

갤Z플립6를 돌려주기 아쉬웠지만 반납했고, 아이폰14프로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이폰으로 드라마를 보는데 화면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사이에 갤Z플립6에 익숙해진 탓입니다.

그렇게 갤Z플립6는 7일 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14년 앱등이의 마음을 아주 뒤흔들어 놨습니다.

1주일간 즐거웠고 곧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