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50여 명 체포·경찰관 10명 이상 부상
르완다 정책 폐기 역풍이란 지적도
4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CNN 등에 따르면 주말 사이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에 연루된 최소 150여 명이 체포됐다. 특히 이날 난민을 수용하는 잉글랜드 로더럼의 한 호텔에는 시위 참가자들이 난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호텔 건물 창문이 깨지고 건물 일부에 불이 붙기도 했다. 해당 호텔에 있던 사람 중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면을 쓴 시위대는 반(反)이민, 반이슬람 구호를 외치며 경찰에게 벽돌을 던지거나 소화기를 뿌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진압하던 경찰관 최소 10명이 다쳤다고 CNN은 전했다. 현지언론은 약 13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폭력 시위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의 발화점은 지난달 29일 잉글랜드 북서부 사우스포트에서 세 명의 어린아이가 칼부림 사건으로 사망한 살인사건이다. 용의자가 확인되기 전 범인의 신원이 17세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소셜미디어에 빠르게 확산했다.
실제 범인은 이슬람교도가 아닌 영국 웨일스 카디프 태생의 17세 남성 액설 루다쿠바나라는 인물이라고 밝혀졌지만, 소셜미디어에 퍼진 가짜 뉴스를 진짜라고 믿은 군중은 사우스포트의 이슬람 사원 주변에서 폭력 시위를 벌였고, 경찰서와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불에 타거나 훼손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키어 스타머 총리가 취임 직후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위자들의 분노를 더 샀다고 지적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스타머는 과거 자신이 왕립검찰청장 시절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2011년 폭력 시위대에 빠르게 법 집행을 했던 점을 짚으면서 폭력 시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로더험의 호텔 공격을 언급하면서 “이건 시위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난폭한 폭력행위”라며 “이번 소요 사태에 직접 가담했거나 온라인상에서 (폭력을) 조장한 뒤 내뺀 모든 사람을 후회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폭력 시위대에 대한 법적 처벌도 난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법원 시스템이 2010년 이후 계속된 예산 축소 여파에 기본 업무를 소화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