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정당에 유력 후보 마땅치 않아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반(反)정부 시위 격화와 총리 사퇴로 혼란스러운 방글라데시 정세를 수습할 과도정부 수장직을 맡게 됐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함메드 샤하부딘 방글라데시 대통령은 군부, 반정부 시위 주도 대학생 지도자, 시민단체 대표들과 연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대학생 시위대는 샤하부딘 대통령에 유누스가 과도정부 수장직의 적임자라며 추대를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누스 역시 과도정부 참여 의욕을 보였다.
치료차 프랑스에 있는 유누스는 이날 일간 르피가로에 실린 인터뷰에서 “지금이 국가 비상사태이고 다른 모든 대안이 소용없어졌다고 한다면 (과도) 정부를 이끌 수 있다”며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누스는 방글라데시의 빈곤퇴치 운동가로, 빈곤층 무담보 소액 대출을 위해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공로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최근 몇 년간은 자금세탁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법정에 서는 날이 많았으며 올해 1월에는 노동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를 두고 셰이크 하시나 정권이 그에게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6월 다카 고등법원이 독립유공자 자녀 공직 할당제 부활을 결정하면서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가 촉발됐다. 이를 추진했던 하시나 전 총리가 반정부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며 무력진압을 하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7월 중순 이후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약 350명에 달한다. 이후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하자 5일 하시나 총리가 돌연 사퇴하고 인도로 도피하면서 과도정부 수립이 빠르게 추진됐다.
과도정부 수반이 빠르게 정해지면서 조기 총선거 준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분간 정세 불안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누스가 정치 경험이 전무한 데다, 현재 주력 정당에 유력 후보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유누스가 과도정부 수반직에 그칠 것인지 새로 수립하는 정부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