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오세용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남은행 이모 투자금융부장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35년에 추징금 159억 원을 결정했다.
피해자인 경남은행에 130억 원 상당의 금괴와 상품권 등도 돌려주도록 했다.
재판부는 “당초 예상한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거액을 횡령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범죄수익 은닉 등을 통해 시도하려 했던 ‘출소 후의 이익 향유’ 기회를 박탈할 필요성이 있다”며 중형 선고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피고인의 횡령 범행이 경남은행, 임직원, 주주, 금융시장과 시장경제 질서 등에 끼친 악영향을 고려하면 상당히 장기간의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이 28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에 피고인의 부하 직원까지 동원한 점, 경남은행의 손해액이 592억 원 규모에 달하고 대외적인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피해까지 고려해야 하는 점 등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씨가 모든 범죄를 자백한 점, 은닉한 범죄수익 중 상당 부분이 수사기관에 의해 압수돼 경남은행 피해가 일부나마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 씨와 공모해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한국투자증권 직원 황 모 씨에 대해서는 징역 10년에 추징금 11억 3500만 원을 결정했다.
황 씨의 내연녀이자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최 모 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1990년 경남은행에 입사한 이 씨는 2007년 12월부터 2023년 4월까지 투자금융 부서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관리업무를 담당했다.
문제는 이 씨가 2008년부터 2022년까지 부동산PF 사업 시행사의 출금 전표를 위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총 99차례에 걸쳐 3089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거졌다.
이 씨는 횡령으로 취득한 범쥐수익을 금괴로 바꾸거나 소위 ‘상품권깡’ 등의 방식으로 현금화했고, 130억 원 상당의 금괴ㆍ현금ㆍ상품권을 타인 명의로 빌린 오피스텔 3곳에 분산 보관하는 등 은닉했다.
이 씨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한국투자증권 소속 직원이었던 황 씨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약 8년간 이 씨의 횡령 범죄에 공범으로 가담해 총 36회에 걸쳐 경남은행으로부터 2287억 원을 빼돌린 혐의다.
이 과정에서 황 씨의 내연녀인 최 씨 역시 범행에 이용된 PC를 포맷하는 등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황 씨에게 자기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두 차례 제공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당초 지난해 9월 이 씨를 구속기소 할 때만 해도 공소장에 횡령액을 1437억 원으로 기입했으나, 이후 이 씨의 1652억 원 추가 횡령 사실을 알고 같은 해 12월 법원에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이 씨의 총 횡령액은 3089억 원으로 불어났고 은행권 횡령 사건 역대 최대 규모가 됐다.
다만 이 씨는 지난해 10월 첫 공판서 혐의 모두 인정했고, 결심공판 전까지 반성문을 200차례 가까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범행에 가담한 이 씨의 아내와 친형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은 상황이다.
횡령자금을 김치통에 숨기는 등 은닉한 이 씨의 아내는 지난 4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이 씨에게 자금세탁업자를 소개해 주는 등 범죄수익 은닉을 주도한 혐의 기소된 이 씨의 친형은 지난 3월 징역 1년 6개월을 결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