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역도에서 은메달을 딴 박혜정(23·고양시청)이 "시상대에서 돌아가신 어머니 얼굴이 떠올라서 울컥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혜정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역도 여자 81㎏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을 들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 기록은 자신이 4월 작성한 한국기록인 296kg을 3kg 넘어선 한국신기록이다.
2016년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경기 영상을 보고 꿈을 키운 박혜정은 '첫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수확'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며 자신의 미래를 그렸다. 그리고 이날 장 차관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 메달리스트'가 되며 자신이 '포스트 장미란'임을 국민에게 증명했다.
사실 대회 전 부상을 입은 박혜정은 메달을 딸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고 했다. 박혜정은 "제가 사실 부상이 심하게 있어서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예상하긴 했었는데 오늘 워밍업 하면서 조금 괜찮다 싶었다. 그런데 용상을 하려고 하니깐 부상 부위가 좀 많이 아팠다"며 "게다가 인상 3차 시기를 할 때 중심이 흔들려서 팔꿈치를 조금 삐끗한 상황인데 그래도 은메달을 따서 기분이 좋고 애국가는 못 울렸지만, 같이 국기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박혜정은 "솔직히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 마지막 메달 후보라는 말에 부담과 압박감을 느꼈는데, 다행히 메달을 따서 정말 행복하다"며 "그동안 인상에 약점이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썼는데, 노력이 쌓이고 쌓여서 오늘 한국 기록이 나왔다. 4년 더 열심히 노력해서 LA 올림픽에서는 제대로 국위선양을 하겠다"고 밝혔다.
시상대에 오른 박혜정은 잠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박혜정은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어머니 얘기를 자꾸 꺼내면 내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았다. 그래서 외부에는 거의 어머니 얘기를 하지 않았다"며 "어머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문득문득 생각이 나더라. 시상대에 올라갔을 때 어머니 얼굴이 떠올라서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오늘 경기하면서 어머니 생각을 많이 했다. 살아계셨다면 오늘 경기장에서 나를 꼭 안아주셨을 텐데…"라며 "한국에 가서 어머니를 찾아뵙고 메달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박혜정의 어머니인 남현희 씨는 오랜 암 투병 생활 끝에 4월 작고했다.
남은 가족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박혜정은 "아버지와 언니가 옆에서 응원해줬다"며 "내일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아버지, 언니와 달팽이 요리를 먹으러 간다. 가족들과 에펠탑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시 웃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