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효 정치경제부 차장
그렇다면 AI는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생산성 향상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기술의 혁신은 획기적 생산성 증가를 촉발할 때 ‘혁명’이라고 부른다. 에이브러햄 다비가 1709년 코크스 용광로로 선철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을 때, 토머스 뉴커먼이 1712년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이후 제임스 와트가 이를 개선한 제품을 생산했을 때, 그리고 리처드 아크라이트가 1769년 방적기를 세상에 선보였을 때가 대표적이다.
대체로 산업 또는 기술혁명은 두 가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노동력을 대체하는 효과를 내거나 노동자의 한계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능력을 발휘한다. 지금까지 AI는 이런 생산성 증대, 노동력 대체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앞으로도 기대난망이라는 것이 ‘AI 거품론’의 핵심이다.
실제 구글은 분기당 120억 달러(약 16조 원)에 달하는 AI 투자를 했지만, 수익 실현 시점이 불확실하다고 토로했다. MS도 AI 클라우드 매출이 예상치를 하회했다. 경쟁적으로 진행한 AI 인프라 설비투자(CAPEX) 대비 실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면서 회의론이 팽창한 셈이다.
그런데도 AI공룡들은 은하수로 출발하는 기차에 몸을 싣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전환기에는 과잉 투자가 과소 투자보다 낫다”고 했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필요하기 전에 역량을 구축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대에서 AI를 연구하는 최예진 박사는 “AI는 놀랍도록 똑똑하고 충격적으로 어리석다”고 평가했다. 일반인들의 눈에 AI는 글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작곡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무엇을 물어봐도 알아서(심지어 몰라도 아는 척하며 거짓 정보를 제공한다) 그럴듯한 대답을 내놓는 신박한 ‘물건’이다.
AI 수익화의 관건은 소비자가 지갑을 열어 ‘돈’을 내고 이 물건을 사용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톱 벤처캐피털(VC) 세콰이어캐피털은 ‘AI에 관한 6000억 달러 질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AI 설비투자에 쏟아부은 돈을 회수하려면 830조 원을 벌 수 있어야 하는데, 최종 수요 시장에 있는 소비자가 그만큼 지갑을 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리도 최근 낸 보고서에서 AI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바클리는 “빅테크가 2026년까지 AI 모델 개발에 연간 약 600억 달러를 투자하지만, 그때까지 AI를 통한 수익은 연간 약 200억 달러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유는 돈을 내고 AI를 쓸 만큼 아직 매력적이라고 보지 않는 개인과 기업 등 소비자들이 많아서다.
물론 글로벌 빅테크들이 수요 없는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 또는 몇 년 안에 실생활과 산업 분야에서 편리성과 생산성을 높여주는 다양한 AI 서비스가 공개되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AI가 제대로 활약을 해준다면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쌍수 들어 환영할 수도 있다. 그는 1930년에 “100년 내로 경제적 문제는 해결될 수 있거나 적어도 해결 방법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결론 내면서 “2030년까지 평균 노동시간이 주 15시간으로 줄 것”이라는 담대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아무튼, AI 낙관론자와 비관론자 중 한쪽은 ‘족집게’라는 평가를 받게 되겠지만, 미래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담대한 비전이 불변의 확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했으면 한다. 비전은 모든 것을 합리화하는 신기한 재주가 있어서다. soraho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