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이호진, ‘차명 유산’ 소송 2심서 누나에 150억 승소

입력 2024-08-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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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선친의 ‘차명 유산’을 둔 누나와의 소송 2심에서도 이겼다. 다만 이 전 회장 몫으로 인정된 돈은 1심 때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17일 연합뉴스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6-3부(부장판사 이경훈·김제욱·강경표)는 14일 이 전 회장이 누나 이재훈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패소 부분을 일부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153억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1심은 재훈 씨가 이 전 회장에게 400억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단한 바 있다.

앞서 태광그룹 창업주 고(故) 이임용 선대회장은 사망 전인 1996년 9월 ‘일부 재산에 대해서는 아들들과 배우자 고(故) 이선애 씨가 나눠 갖되,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는 유언집행자인 이기화 전 회장(이호진 전 회장의 외삼촌, 2019년 작고) 뜻대로 처분하라’는 취지의 유언을 남겼다. 딸들에게는 상속재산을 남기지 않았다.

당시 특정되지 않았던 ‘나머지 재산’은 이 선대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던 주식과 채권으로, 2010~2011년 검찰의 태광그룹 수사와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태광그룹의 자금 관리인은 2010년 10월 차명 채권을 재훈 씨에게 전달한 뒤 2012년 반환하라고 요청했으나, 재훈 씨는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 전 회장은 2020년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는 자신이 이 채권을 단독 상속한 후 자금 관리인을 통해 재훈 씨에게 잠시 맡긴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훈 씨는 유언 내용이 무효라고 맞섰다.

1심은 “선대회장 유언 중 ‘나머지 재산’에 관한 부분은 유언의 일신 전속성(타인에게 양도하지 못하는 속성)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선대회장이 사망한 시점부터 이 전 회장이 채권을 실질적으로 점유해왔고, 다른 상속인이 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난 만큼 채권 소유자는 이 전 회장이라고 판단했다.

재훈 씨에게 맡긴 채권 규모가 400억 원이었다는 이 전 회장의 주장도 사실로 인정했다.

2심 역시 채권이 이 전 회장 소유라고 판단했으나, 근거는 1심과 달랐다.

‘나머지 재산’에 관한 선대회장의 유언은 유효하고, 이기화 전 회장의 의사에 따라 이 전 회장이 채권을 적법하게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유언에는 그룹 경영권을 이 전 회장에게 양도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가 차명 재산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짚었다. 이기화 전 회장이 차명 재산을 이 전 회장에게 넘기도록 한 게 유언의 취지라고 봤다.

다만 재훈 씨가 보유한 채권의 규모로는 금융거래내역 등을 통해 명확하게 입증된 153억5000만 원만 인정하며 이 전 회장에게 반환할 돈도 이 액수에 그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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