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 등 유화적 태도
중국, 아르헨 2대 무역 파트너
브릭스 미가입 등 균형 외교
극우 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인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향해서 ‘암살자(assassin)’라고 비난하는 등 반중 발언을 쏟아냈었다.
하지만 대통령직에 오르면서 중국에 대한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취임 직후인 1월 다이아나 몬디노 아르헨티나 외무장관이 대만 측 인사를 만났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오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즉각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다며 발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은 6월 아르헨티나와의 65억 달러(약 8조6600억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갱신하면서 이에 화답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재정적 안정을 제공해줬다”며 중국 측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밀레이 정권 이전부터 아르헨티나와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한 경제 관계를 구축해왔다. 중국은 2018년 금융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에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해왔고, 브라질에 이어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 무역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만 200억 달러어치의 교역이 이뤄졌다. 반면 미국과의 교역 규모는 140억 달러에 그쳤다. 아르헨티나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의 벤저민 게단 라틴아메리카 부문 소장은 “밀레이는 외교 정책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훈련되지 않았지만, 취임 이후 중국과 가장 잘 지내고 있는 지도자”라며 “경제학자였던 그가 중국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밀레이는 미국과의 관계 유지에도 공을 들이는 등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다. 밀레이 정부는 미국을 의식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BRICS)에는 가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최근에는 중국산 제트 전투기 구매 제안을 뒤로하고 미국산을 구매하기도 했다. 또 중국 기업인 산시석탄화학산업의 아르헨티나 최남단 항구 건설 프로젝트를 보류시키기도 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여전히 밀레이 대통령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네우켄 평야 지역에 있는 중국의 우주 과학기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해당 기지를 미국의 위성을 표적으로 삼아 전 세계를 감시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기지는 세금까지 100% 면제되는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