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적 반등으로 상반기만 법인세 비용 3조 원 육박
하반기도 호실적 기대, 정부 세수에도 파란불
지난해 실적 악화로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법인세 비용이 3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는 내년에 낼 법인세를 이번 달 중간 예납하거나, 내년에 한꺼번에 낼 수 있다.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로서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2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법인세 비용은 각각 상반기 1조6039억 원, 1조2087억 원이다. 두 회사 법인세 비용을 더하면 2조8126억 원에 달한다.
각각 연간 법인세로 10조 원과 5조 원 이상을 내던 두 회사는 올해 법인세로 '0원'을 신고했다. 반도체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줄줄이 영업손실을 낸 까닭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조5700억 원이다. 다만 외국에 세금을 내는 해외 현지 법인이나 자회사 등을 제외한 별도 기준으로는 11조5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법인세는 회사가 이익을 냈을 때 납부한다. 적자를 본 기업은 내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내지 못한 것은 1972년 이후 52년 만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별도 기준으로 4조6700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올해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재무제표상 법인세 비용이 법인세 납부액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가 크게 증가할 것은 확실시된다.
올해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 등으로 두 회사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7조499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3000억 원에서 무려 1211% 증가했다. 작년 상반기 6조2800억 원대의 손실을 냈던 SK하이닉스는 8조354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반기는 더 긍정적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16조 원으로 2018년 하반기(10조 9000억 원) 이후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의 부활로 연간 영업이익 45조 원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다만 늘어난 영업이익이 그대로 정부 세수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적자로 인해 법인세를 감면받기 때문이다. 물론 내년 이후 호실적이 지속된다면, 법인세 납부액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국가 세수 중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는 기업의 경영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데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에서 얼마나 이익을 내는지에 따라 국내 법인세 규모가 결정된다”며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투자, 고용 등 경제가 좋아지는 것 뿐만 아니라 법인세 증가로 국가 재정도 늘어나는 긍정적 영향일 미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