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이 돌아왔지만 에코프로그룹주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전기차 산업 ‘캐즘(Chasm·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 등으로 인한 배터리 산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에코프로그룹주 전체가 침체 분위기다.
에코프로는 1분기 액면분할 등을 단행하며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 현재까지 하락세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이 아직 경영복귀 시점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복귀 효과를 투자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에선 장기화한 불황에 대응이 우선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3.29% 오른 8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 초 13만 원(액면분할 적용 가격)으로 시작한 주가는 하락을 거듭해 주가가 8만 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달 5일엔 장중 8만 원을 위협당하기도 했다. 하락률로 보면 30%가 넘는다.
배터리 산업이 부진하다 보니 실적도 바닥이다. 에코프로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8641억 원, 영업손실은 54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반 토막에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도 마찬가지다. 올해 2분기 매출 8095억 원, 영업이익은 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이상 하락했으며, 영업이익은 96% 넘게 쪼그라들었다. 주가는 연초대비 38% 가량 내렸다. 나머지 그룹주인 에코프로머티(-56.82%), 에코프로에이치엔(-29.58%) 등도 크게 내렸다.
에코프로그룹주 종목 모두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 하락보다 더 큰 하락세다. 연일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기차 포비아’라는 단어가 시장에 퍼지는 등 전기차업계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배터리 회사의 한숨도 길어지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얼마 전 사면된 이 회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경영복귀 시점은 밝히지 않았으나, 이전에 에코프로가 밝혔던 대규모 추가 투자 계획 등이 지연된 상황을 풀기 위해선 이 회장의 복귀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에코프로가 향후 5년간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계획한 2조 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지연 중이며, 내년 준공을 목표로 헝가리에 건설 중인 연산 10만8000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과 지난 3월 1100만 달러(약 147억 원)를 들여 지분 9%를 확보한 니켈 제련소 ‘그린에코니켈’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시장에선 이 회장의 에코프로 복귀 효과를 주시하면서도 장기화한 불황에 대한 대응이 선제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핵심 셀 고객사들의 판매 전망치가 추가적인 하향 조정 중”이라면서 “2023년부터 시작된 원가 하락은 일단락돼 영업적자는 최악의 구간을 통과했으며 미래 외형을 결정할 자본지출 눈높이의 조정 구간에 진입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