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선 밸류업 동력 상승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등 국민연금의 적극적 투자를 요청하고 있지만, 기금 성장 둔화로 안정적 수익을 위해 국내 주식을 줄여야 하는 국민연금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부딪혔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내주식 비중과 해외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다. 올해 5월 기준 국내주식 수익률은 2.23%에 불과하다. 2021년부터 2023년 말까지 계산해보면 평균 수익률은 0.21%다. 국내 채권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 수익률은 0.15%에 그쳤다.
반면, 해외주식은 같은 기간 11.96%의 성적을 기록했으며, 해외채권도 3.47% 수익을 가져다줬다. 이 수치만 보면 사실상 국내 주식엔 투자하지 않는 것이 맞는 것이다.
한 언론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5월 31일 논의한 ‘2025~2029년 중기자산배분’ 안건에서 투자자산의 최근 수익률과 변동성 등을 고려한 결과 앞으로는 국내 주식 투자를 아예 하지 않고 대신 해외 주식·채권 투자와 국내 채권 등으로 연금 기금을 분산투자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연금 고갈 우려가 한층 커진 이 시점에서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 카드를 꺼내 들며 국민연금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고 압박 중이다. 그러나 자산별 최적 투자 비율을 따져본다면 세계 증시에서 2% 남짓 차지하는 우리나라 증시 수준을 고려하면 사실상 현재 투자 비중(전체 시가총액 7% 수준)도 상당히 큰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서 ‘큰손’인 국민연금 역할론이 커지고 있는 점이다. 정부 입장에선 주가 부양이나 안정감을 위해서 국민연금이 시장에 큰 비중으로 있어 주길 바라지만 반대로 국민연금 입장에선 안정적 이익을 얻기 위해선 국내 주식 비중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이유다.
해외 비중 확대의 명분은 또 있다. 국내 주식 비중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기금 규모가 감소하는 성숙기에 도달했을 때 연간 수십조 원 수준의 매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투자 수익 일부를 헐어야 할 수도 있다. 당장 기금 성장기가 끝나는 2027년부터는 보험료만으로 연금 지급이 불가능하다. 만약 국내주식 비중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2040년 이후 연간 수십조 원 수준의 매도가 발생할 것으로 국민연금은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의 이유 있는 국내 증시 비중 축소로 밸류업 동력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해서 국민연금을 끌어들이고 싶지만, 1% 비중 축소에도 기금 고갈을 6년이나 늦출 수 있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쉽게 움직이기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어떤 선택이 더 나은 선택일지 여러모로 분석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