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트럼프, 동생은 해리스 지지…쪼개진 케네디 일가

▲무소속 대선 후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대선을 포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이와 달리 동생인 맥스 케네디는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 명문 케네디 가문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엇갈린 행보를 시작했다.

무소속으로 대선을 준비하던 로버트 F.케네디 주니어는 중도 포기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반면 동생인 맥스 케네디는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호소했다.

로버트 케네디의 동생인 맥스 케네디는 25일(현지시간) 지역 일간지 LA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형 바비를 무시해 달라(Ignore my brother Bobby)”고 호소했다. 바비는 형 로버트의 별칭이다.

맥스는 기고문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해달라”며 “이것이 우리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는 가장 바른 일”이라고 호소했다.

로버트 케네디와 맥스 케네디는 1963년 피살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들이다. 나아가 1968년 역시 총격으로 숨진 로버트 F.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들이기도 하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케네디 일가는 미국에서 정치 명문가로 통한다.

작가이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 맥스 케네디는 이날 LA타임스 기고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아버지가 생전에 지키고자 했던 모든 가치에 반한다”라며 “형이 우리 가족의 가치와 어떠한 접점도 보여주지 않았던 트럼프에게 충성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형의 트럼프 지지는 권력만을 위한 추악한 선택”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로버트 케네디는 가족 대부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러다 이달 23일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곧바로 가족의 반발도 일어났다. 로버트 케네디의 누나 캐설린 케네디와 다섯 남매는 같은 날 공동 성명을 내고 케네디 주니어의 트럼프 지지를 놓고 “가문의 가치를 배반한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통적으로 케네디 일가는 미국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로버트 케네디는 앞서 민주당 측에 ‘지지 선언’을 대가로 장관직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생인 맥스는 “민주당이 그의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같은 거래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맥스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합법적 이민 확대, 총기 규제 등을 지지했던 자기 아버지의 생전 행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대치된다”라면서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것은 매우 비극적인 일”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