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안 갰다고 벌금 부과도
29개 도시, 전체 세수 10% 이상 차지
사회 불만 커질라…중앙정부 “과도한 징수 자제” 통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6일 중국 국가통계국을 인용해 중국의 과태료 징수액이 10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방정부의 과태료 수입은 2013년 약 1613억 위안이었으나 2022년에는 약 3687억 위안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수입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2018년 이후 비조세 수입 중 과태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3800억 위안(약 71조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경제 전문매체 차이징이 전국 247개 도시의 2018년~2021년 재정 상황을 분석한 결과 29개 도시의 과태료 수입이 전체 세수의 10%를 넘어섰다. 경제 규모가 작고 세수가 부족한 지방 도시일수록 ‘과태료 의존도’가 두드러졌다.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는 29.8%, 허저우시는 23.2%에 달했다.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반진시는 지난해 약 13억 위안의 과태료 수입을 올렸다. 이는 전체 세수의 13%에 해당한다. 시민 1인당 연간 2만 위안 이상을 징수한 셈이다. 시내에서 차량공유 운전기사로 일하는 한 남성은 “몇 년 전부터 단속이 엄격해졌다”며 “운전 중 보행자에게 길을 양보하지 않았다고 해서 200위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일당이 날아갔다”고 토로했다.
중국 쓰촨성 량산이족자치주는 작년 하반기 새로운 제도로 이목을 끌었다. 위생 환경 개선을 명목으로 주택을 점검해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 ‘이불을 개지 않았다’ 등 부적절한 상태가 확인되면 3~20위안의 벌금을 부과했다.
중국 지방정부가 이처럼 징수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심각한 재정난이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불황으로 지방정부의 주요 재원이었던 토지 매각 수입이 급감했다. 이처럼 줄어든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적극적인 과태료 징수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생활 곳곳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시민의 불만은 거세지고, 시진핑 중국 국가지도부가 중시하는 사회 안정 또한 흔들릴 우려가 있다.
실제로 위기를 느낀 중앙정부는 과도한 징수를 자제하라는 통지를 계속 내리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3월 발표한 2024년 재정계획에서 “함부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목표 금액을) 할당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달 열린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는 지방정부 세수를 지원하기 위해 사치품과 기호품에 부과하는 소비세를 지방정부에 배분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