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공들인 만큼 성과가 나타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단 꿈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R&D 투자를 눈에 띄게 늘렸다.
셀트리온은 상반기 연구개발비로 2067억 원을 썼다. 전년동기 1505억 원보다 500억 원 이상 늘어난 규모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회사는 올해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월에는 ‘옴리클로’, 지난달에는 ‘스테키마’의 유럽 허가를 획득했다. 각각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치료제 ‘졸레어’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다.
이 밖에도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의 임상 3상에서 유효성·안전성을 확인했으며, 항암제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코센틱스’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임상 3상에 진입하는 등 후속 바이오시밀러의 개발도 순항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2025년까지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11개까지 넓히는 것이 목표다.
올해 연매출 4조 원 고지를 넘을 것으로 기대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구개발비를 1770억 원으로 20% 이상 확대했다. GSK, 일라이릴리,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를 고객사로 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 제품 생산 기술지원, 세포주 제작·생산 공정 개발 등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00%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연속으로 4건의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획득했다. 4월 유럽에서 ‘피즈치바’(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5월 ‘오퓨비즈’(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허가를 받고, 6월에는 미국에서 오퓨비즈, 7월 ‘에피스클리’(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가 허가받았다.
유한양행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20% 이상 늘어난 1048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여기에는 올해 3월 사이러스테라퓨틱스 및 카나프테라퓨틱스로부터 도입한 SOS1(Son of Sevenless homolog 1) 저해 기전 항암제 후보물질의 계약금이 포함된다.
R&D 중심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한 유한양행의 노력은 국산 항암신약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입한 ‘렉라자’로 결실을 맺었다. 유한양행은 현재 렉라자의 단독요법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전통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1188억 원을 R&D에 투자했다. 궤양성대장염, 특발성폐섬유증, 비만,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약을 개발 중이다.
34호 국산 신약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는 올해 연매출 1000억 원 달성이 기대된다. 또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는 상반기 902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투자의 성과를 확인하고 있다.
매출 규모가 아직 대형사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동아에스티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상반기 537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803억 원으로 50% 가까이 급증했다. 매출의 24.5% 규모다.
동아에스티는 4분기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의 유럽 허가를 앞두고 있다. 미국 자회사를 통해서는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신약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엑스코프리’의 미국 시장 활약으로 연간 흑자에 도전하는 SK바이오팜은 매출의 3분의 1에 달하는 792억 원을 R&D에 썼다.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로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표적단백질분해 치료제(TPD), 세포·유전자 치료제(CGT)를 선정한 회사는 최근 RPT 사업을 빠르게 구체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