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1일 영업일 제외 수치로 포함 시 9조 넘었을 수도
주담대만 7조3234억 급증…신용대출도 1조 증가
DSR 규제 강화 전 막차 수요 몰린 탓
지난 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8조 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되기 전 ‘막차 수요’가 대거 몰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줄였지만 대출 수요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에서는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짧아도 두세 달 안에 가계대출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4조617억 원으로 전월 말 715조7383억 원 보다 8조3234억 원 불어났다. 이는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4개월 만에 월간 최대 증가폭이다.
월별 가계대출 증가폭은 4월 4조4346억 원, 5월 5조2278억 원, 6월 5조3415억 원, 7월 7조1660억 원에 이어 8월은 8조 원을 찍었다. 남은 영업일 이틀(30∼31일) 취급액까지 더해지면 9조 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가계대출도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었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67조73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 559조7501억원에서 7조3234억 원이나 급증했다. 역대 월간 최대 증가 폭이었던 7월(7조5975억 원)보다는 약 2000억 원 적은 규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7월 중순 이후 주요 은행들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 주담대 한도·만기 축소 등의 강한 대출 억제 조치가 쏟아진 것을 고려하면 역대급 수요라고 보고 있다. 특히 스트레스 DSR 2단계 실행(9월 1일)을 앞두고 30∼31일 이른바 ‘막차’ 수요가 몰렸다면, 8월 전체 5대 은행 주담대 증가 폭은 8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신용대출도 29일 만에 8202억 원(102조6068억 원→103조4270억 원) 확대되며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자 신용대출까지 최대한 끌어쓴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이같은 가계대출 급증세가 급격히 꺾이기는 어려운 것으로 예측한다. 주담대는 주택 거래 시점으로부터 약 두세 달의 시차를 두고 실제 집행되는데, 최근까지 주택 매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7월 서울 지역 주택 매매(신고일 기준)는 1만2783건으로 6월보다 41%나 늘어 2년 11개월 만에 1만건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지난달 ‘2분기 가계신용’ 발표 당시 “주택 매매가 이뤄지면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친다”며 “따라서 3분기 들어 7월에도 가계부채가 2분기 수준으로 늘고 있어 관련 기관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