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애인 태권도 자존심 주정훈(SK에코플랜트)이 패럴림픽 2개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주정훈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태권도 남자 K44 등급(한쪽 팔 장애 중 팔꿈치 아래 마비 또는 절단 장애가 있는 선수가 참가) 80㎏ 이하 동메달 결정전에서 눌란 돔바예프(카자흐스탄)를 7-1로 제압했다. 이로써 주정훈은 2021년 도쿄 대회에 이어 패럴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정훈은 이날 경기 1-1 상황에서 발차기 공격이 연속해서 성공하며 5-1로 달아났다. 이후 2점을 따내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부상 투혼을 보인 주정훈은 경기 직후 그대로 주저앉아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경기장을 떠났다. 시상식도 다른 선수들의 도움을 받아 참석했다.
앞서 주정훈은 도쿄패럴림픽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장애인 태권도 종목에 출전해 사상 첫 메달(동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노리던 주정훈은 4강전에서 멕시코의 나헤라 루이스 마리오에게 7-1로 앞서다가 8-8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전에서 8-10으로 역전패 하며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다.
주정훈은 만 2세 때 할머니 댁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넣었다가 장애인이 됐다. 할머니 김분선 씨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치매를 앓다 2021년 별세했다. 주정훈은 "할머니가 건강하셨을 때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판(16강전)에 세르비아 선수와 하다가 무릎으로 골반을 부딪쳤는데 지금 뼈와 근육 사이가 너무 아리다"면서 "(4강전이 끝나고)99번 정도는 포기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나약한 소리 하지 말라고, 인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고 해서 화장실에서 마음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패럴림픽 여정을 마친 주정훈은 4년 뒤 열릴 LA 대회를 기약했다. 그는 "아직 4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저도 조금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면서 올라오는 후배·동생 선수들을 잘 이끌 것"이라며 "그때는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