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임시이사회 임종윤 대표이사 선임 안건 부결
한미약품의 ‘독자경영’을 선언하며 한미약품 일가의 집안싸움에 휘말렸던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한미약품은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과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회 의장) 교체 안건을 논의했으나 부결시켰다.
본지 취재 결과 이날 이사회에는 임 이사와 박 대표를 비롯한 이사진 10명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비롯한 일부 이사는 비대면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사회 결과는 이미 예견돼왔다.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상 7대 3 정도로 송영숙·임주현·신동국 등 3자 연합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사회 구성원은 박재현 대표이사, 임종윤 사내이사, 임종훈 사내이사, 박명희 사내이사,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윤도흠 사외이사, 김태윤 사외이사, 황선혜 사외이사, 윤영각 사외이사, 남병호 사외이사다.
해당 안건과 관련해 임종윤 이사는 한미약품 이사회 의결 없이 독자적으로 자신을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회 의장)에 임명했다고 문제 삼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재현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전임 사장의 지명을 받아 임명된 것”이라며 “북경한미는 지난 30년간 주주회사(한미약품)에서 임명서를 보내면 임명이 되는 식의 관행이 지속돼왔다”고 해명했다.
지주사와 주력사업회사 간의 갈등으로도 보이는 이번 임시이사회는 지난달 말 박 대표의 독자 경영 선언과 맞물려 있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달 28일 회사 경영관리본부 내에 인사팀과 법무팀을 신설한다고 내부 인트라망을 통해 발표했다.
그간 한미약품은 별도 인사조직 없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해당 업무를 맡아왔다. 박 대표는 해당 인사에 대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 등 대주주연합이 주장해 온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인사가 발표된 한 시간가량 지난 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박재현 사장의 직위를 전무로 변경하고, 그의 업무를 제조본부로 한정하는 인사발령을 내부 공지했다.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재현 대표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오너 일가의 갈등이 한미약품과 지주사 간 충돌로 재점화되는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서 임종윤 사내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부결되며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종전과 같이 박재현 대표가 맡게 됐다.
반면 이날 이사회 진행방식에 대해 임종윤 이사는 문제를 제기했다. 임 이사 측 관계자는 “박재현 이사회 의장이 이사회를 편파적으로 진행해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이사는 한미약품 대표 선임 안건을 다루기 전 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원이자 감사위원장인 김태윤 사외이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는 한미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경영을 하는 회사라면 당연히 지향해야 할 목표이자 비전”이라며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임직원 모두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R&D) 중심 제약회사를 지향하는 한미약품이 안정적 경영을 이루고 거버넌스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면에서 이사회 결의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