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용서할 자유

입력 2024-09-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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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안나 책글사람 대표·사회복지사

안녕하세요? 여러분은 오늘 어떤 책을 읽으셨나요? 저는 스티븐 체리 작가가 쓴 ‘용서라는 고통’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당신은 용서해야 할 사람이 있나요?” “아니면 나의 잘못을 용서받아야 할 사람이 있나요?” 이 책의 저자는 섣부른 용서를 경계합니다. 용서는 ‘고통’이라고 말하며 ‘용서’라는 단어의 남발, ‘용서 부추기기’와 ‘용서자 신드럼’까지도 경계합니다. 용서라는 단어는 우리 삶에서 자주 사용되지만, 그 깊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용서를 실천하기란 더욱 어렵습니다. 특히 내가 용서를 해야 하는 당사자라면 말이죠.

진정한 용서는 무엇일까요? 용서는 강요될 수 없습니다. 억지로 강요된 용서는 진정한 의미의 용서라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용서하지 않을 자유’가 있을 때 용서가 가능하다는 저자의 말에 깊게 동의를 하게 됩니다. 저는 3년 전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는 책을 쓰면서 용서를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를 보육원에 버린 친부모를 용서할 것인가 말 것인가? 보육원에 살던 나를 입양해서 어린 시절부터 집안일을 시키고 때리고 욕하고, 성인이 되자 내가 번 돈까지 갈취하며 나를 학대했던 양부모를 용서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이 내 탓인 것 같아 스스로를 자해하며 생을 포기하려 했던 나 자신을 용서할 것인가 말 것인가?

주변 사람들의 용서 부추기기나, 사람들의 용서자를 우러러 보는 시선 때문에 용서를 한다면 용서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고 저자는 경고합니다. 진정한 용서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깊이 고민한 끝에 결정되어야 하죠. 저자가 말하는 용서는 단순히 상대방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과정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왜냐면, 저도 용서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거든요. 나의 선택은 “용서를 강요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가장 진정한 용서는 완전히 기억에서 잊혀지거나, 불현듯 떠올라도 아무렇지 않도록 완전히 잊는 것이지 않을까요?

전안나 책글사람 대표·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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