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윤석열 정부의 계엄 준비 의혹에 불을 때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했음에도 이재명 대표는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여야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계엄령을 언급해 파장을 낳았다. 민주당은 최근 윤 정부의 국방·안보라인 인선과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 등을 계엄령 준비의 근거로 제시하며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3일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계엄 준비설과 관련해 "당연히 의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8·15 광복절 경축사 때 '반국가 세력'이 있다고 말씀하셨고, 대통령실에서도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이제 이것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며 "끝내는 주체는 국회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끝낼지 고민한다는 게 무슨 얘기겠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 의원은 또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전임자 신원식 전 장관과 같이 "국민의 입을 틀어막은 분"이라며 "계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있냐 없냐가 아니라 그런 사고를 할 수 있는 분"이라고도 주장했다.
2일 김용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민주당 국방위원들은 김 후보자가 '제2의 하나회'와 같이 '충암파' 계보를 만들어 군 세력을 장악했고 계엄에 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군에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박종선 777사령관 등 충암고 출신 장성이 4명이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항간에는 계엄령 대비를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 중이고 후보자의 용도도 그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근거 없는 얘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후보자를 중심으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방첩사, 수도방위사령부가 하나의 라인으로 구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도 "최근 수방사령관과 육군 특수전사령관, 국군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렀나"라며 "무슨 얘기를 했나. 계엄 얘기는 안했나"라고 따져물었다.
민주당의 계엄 준비설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의 친명 지도부인 김민석 수석최고위원과 김병주 최고위원이 본격적으로 꺼낸 바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달 21일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이라는 발언으로 이어지는 정권 흐름의 핵심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지난달 19일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인 김용현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이들 지도부의 보고 등을 받고 여야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계엄령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며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계엄령은 헌법 77조에 따라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질서유지가 필요할 때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치안·사법권을 유지하는 조치로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건의하는 구조다. 계엄을 선포할 경우 대통령은 이를 국회에 통보하고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민주당이 계엄령 선포 준비설을 거듭 주장하는 것은 만약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 실제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개딸'이라고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당 장악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야 성향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선 윤 대통령이 실제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 계엄령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