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텔레그램 법인에 대해 딥페이크 성범죄 방조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가운데,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그간 텔레그램의 행태를 봤을 때 개인정보 제공 등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텔레그램의 수사 협조 가능성에 대해 "절대로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수사기관이 용의자 계정 정보를 특정하고 충분한 증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요청하는 한 (이용자 개인정보 제공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텔레그램의 특징을 얘기했다. 그는 "기술적 수준으로 봤을 때 텔레그램 정도 또는 그 이상 되는 보안 메신저는 많다. 하지만 텔레그램이 많은 가입자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부나 나라와 타협하지 않는다'는 마케팅 포인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텔레그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긴급 삭제 요청한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을 삭제한 것에 대해 김 교수는 "우리는 플랫폼 사업자가 알아서 (범죄의 위험이 있는) 콘텐츠를 삭제하고 사전 검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기에는 무리가 있다. 요구하는 것은 수사 협조"라며 "텔레그램은 충분히 협조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어 위장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N번방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관련 회의에서도 위장 수사를 허용해달라는 의견이 제일 먼저 나왔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텔레그램이나 다크웹 범죄가 발생할 경우 FBI 등이 위장 수사를 해 굉장히 많은 범죄를 적발한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만 위장 수사를 허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위장 수사는 사전 정보 입수 등을 위해 필요한 건데, 수사 정보 수집 단계에서는 아동인지 아닌지 판단이 되지 않는다"고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할 수 있는 건 위장 수사의 범주를 디지털 성범죄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텔레그램 등의 협조 없이도 일단 수사가 가능하다"며 "그 이후에 중장기적으로 텔레그램을 압박할 수단을 찾고 국제 공조도 끌어내는 등의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 22대 국회에서는 '처벌 강화'가 핵심이 돼 관련 법안 발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관해 김 교수는 "성범죄 관련 처벌을 '최대 몇 년'이라고 규정해도 최대치까지 벌이 내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성범죄 관련) 형량이 낮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성범죄, 특히나 아동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최하 처벌 수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하한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 및 유포에 가담하는 이의 상당수가 미성년자라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 김 교수는 이에 "뻔하고 지루한 얘기 같겠지만 교육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미성년자가) 가족사진을 (성범죄 영상에) 사용하는 등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영상편집을 재미 삼아 한다. 어렸을 때부터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