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계열사 자금 조달 우려도…“의결권 풀면 간접 지배 가능”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산분리 규정 위반’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후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사의 자회사 의결권 제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는 “금융업의 범위를 좁힐 필요는 있지만, 부실 계열사 자금 조달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짚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4일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해 ‘금산분리 규제로서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회사 의결권 제한 규제 검토’ 보고서를 발간했다.
현행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 중 금융‧보험사는 국내 계열사 주식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보고서는 ‘자기자금만을 운용해 수익을 얻는 여신(與信) 회사도 금융‧보험사에 포함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 소속 케이큐브홀딩스가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정을 어겼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검찰에 고발했다. 케이큐브홀딩스 수익의 95% 이상이 금융수익이라 금융사로 분류돼야 하지만, 규정을 어기고 카카오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것이었다.
이후 케이큐브홀딩스가 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냈고, 사법부는 카카오 측의 손을 들어 줬다.
대법원은 4월 “자기자금으로 운용하는 금융사는 금산분리 적용 대상이 아니고 의결권 제한 대상 역시 아니다”라며 지난해 말 서울고법 판단을 확정했다. 타인자금 운용과 자기자금 운용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대법원 판단의 영향으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도 올해 5월 케이큐브홀딩스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재계는 “금산분리가 금융 신산업 성장을 막고 있다”며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왔다. 금융업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하고 산업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대 흐름에 따라 의결권 제한 규제를 일부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기업 전문 변호사는 “금산분리 규제로 카카오뱅크, 토스 등 새로운 형태의 기업들이 오히려 영향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의결권을 풀게 되면 이사를 선임할 수 있고 간접적인 지배가 가능해진다”며 “부실 계열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있다”고 덧붙였다.
서초동 또 다른 변호사도 “금융회사가 부실 계열기업에 마음대로 지원할 수 없도록 한 금산분리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 “기업형벤처캐피탈(CVC) 등은 금융업이면서도 전혀 다른 일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다. 이런 부분까지 금융업에 포함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