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의료대란과 관련해 "근본적인 대책이 신속하게 수립되지 않으면 의료현장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붕괴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을 찾아 의료진과 비공개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수치와 그래프로 확인한 결과, 앞으로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안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등과 관련해서는 "국회 내에 의료대란과 관련한 여야 협의기구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공감했던 부분"이라며 "정책위의장이 아침에 제게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함께하는 논의 테이블을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추석 전에 실효적 대안을 만들 수 있을지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 측에서 '이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에서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이 없었다'고 한 것과 관련해 "왜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한 대표가 제안했던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되겠다는 말은 이전에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 (의료대란) 문제의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인 의대 정원 증원이 충분한 대화나 합리적인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과도하고 급하게 추진됐다"며"이로 인해 의료개혁의 목적 그 자체와 정당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의대 증원 규모와 기간을 어떻게 분산·배치할 것인지, 증원 내용은 어떤 것으로 채울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단순히 숫자만 늘린다고 될 일은 아니기 때문에 지역·공공·필수의료를 어떻게 확보할지를 포함해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일이 꼬여 있고 정부, 특히 용산의 태도가 너무 요지부동이라서 과연 논의나 대화가 의미가 있을까 하는 자괴감까지 든다"며 "그럼에도 여야의 대화, 정부와 정치권의 대화가 필요하지 않겠나. 그중에서도 당사자인 의료계와의 열려 있는 대화가 꼭 필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비공개 간담회에는 민주당 의료대란 대책특별위원회 박주민 위원장과 강선우 부위원장을 비롯해 이언주·김윤·강청희·박희승·백혜련·서미화 위원 등도 함께했다. 특위는 의료대란 실태를 파악하고 추석 전 응급의료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이날 일정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덕수 국무총리의 의료 공백 관련 발언을 두고 "의료대란이 의사 탓이라니, 그렇다면 민생파탄은 국민 탓이고 경제위기는 기업 탓이겠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전날(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국민 불안과 관련해서는 중증환자와 난치병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